원화·엔화 강세, 한일 당국 개입 가능성 부상

| 토큰포스트

원화와 엔화 가치가 30일 밤부터 31일 사이에 동시에 크게 오르면서, 외환시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당국이 달러 약세 국면에 맞춰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3.4원 내린 1,424.0원에 거래됐다. 전날 밤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는 오후 10시 20분께부터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져 오후 10시 44분 1,419.0원까지 내려갔고, 31일 오전 6시께에는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418.0원을 기록했다. 이후 환율은 다시 반등해 오후 1시 33분께 1,44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세로 방향을 바꿨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급하게 내려갔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 가치가 단시간에 강해졌다는 뜻이다.

같은 시기 엔화도 강하게 움직였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3엔대에서 움직이다가 전날 밤 장중 157엔대로 떨어졌고, 31일 같은 시각에는 160.345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매입, 달러 매도에 나섰다고 보도했고, 미국 통화당국도 시장 개입의 사전 단계로 여겨지는 레이트 체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한일 당국이 비슷한 시점에 움직였고 미국도 이를 용인하거나 공조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최근 한일 외환당국이 활발히 소통해 왔다는 시장 관계자의 전언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이번 흐름의 배경에는 미국 달러 약세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미국의 2026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달러 강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한때 약 한 달 반 만에 100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31일 현재 100.098 수준에서 움직였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강세와 원화 강세가 거의 동시에 나타난 점을 두고 한일 당국의 동반 개입을 추정할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당국이 통상 일본은행 금리결정 회의 직후 개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미국발 달러 약세 흐름이 형성된 시점을 활용해 엔화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증시 급등과 대규모 외국인 매수에도 원화 강세가 일방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조원 넘게 순매수했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로 마감해 역대 최대 상승폭과 상승률을 동시에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급등 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장치)도 잇달아 발동됐다. 그럼에도 환율 하락 압력이 제한된 것은 외국인 자금 상당 부분이 환 헤지(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거래)를 동반해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상당수 헤지된 상태로 들어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원화·엔화 동반 강세는 미국 달러 약세, 일본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 한국의 시장 안정 의지, 그리고 증시 급등에 따른 자금 이동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89.94원으로 3.14원 내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국 경기 지표와 통화정책, 일본의 추가 개입 여부, 한국 외환당국의 대응 강도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당국이 급격한 환율 변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도 특정 구간에서는 방어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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