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흔들리며 최근에는 1,560원에 가까웠던 수준에서 1,400원 안팎까지 빠르게 내려왔다. 원화 약세가 진정되면 수입물가 부담을 낮추고 외환시장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 기업들에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9일 서울외환시장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월간 평균 환율 변동폭은 47.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이어지던 2009년의 61.2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월간 평균 변동폭이 40원을 넘었던 시기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과 1998년, 그리고 금융위기 국면의 2008년과 2009년 정도에 그친다. 올해는 3월 중동 전쟁 여파로 환율이 90.4원 뛰었다가 4월에는 미국과 이란 협상 기대 등으로 46.8원 내렸고, 5월과 6월에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중동 불안이 겹치며 다시 상승했다. 그러다 7월에는 한 달 동안 125.4원 급락했다. 하루 단위 움직임도 커져, 올해 들어 8월 7일까지 일일 평균 변동폭은 8.2원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밀린 배경에는 시장의 수급 변화와 국제 공조가 함께 작용했다. 지난달 2일 1,555.8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8월 7일까지 25거래일 동안 139.7원 하락했다. 하루 평균 5.6원씩 떨어진 셈으로, 지난해 4월 9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일평균 하락 폭 2.5원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이어졌고, 특히 에스케이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 관련 자금 유입이 달러 공급을 늘리며 원화 강세 압력을 키웠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7월 31일 엔화 약세에 대응해 공동 매입에 나선 점도 영향을 줬다. 미국과 일본의 이런 공조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8년 만이다.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약해지면서 달러 가치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점도 환율 하락을 뒷받침했다.
문제는 환율 안정 그 자체보다 속도다. 환율이 빠르게 내려가면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가격 부담이 줄어 물가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로 받은 대금을 원화로 바꿀 때 손에 쥐는 금액이 줄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달러 매도 시점을 늦춘 수출기업은 적절한 환전 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수입기업이 고환율 장기화를 예상해 선물환(미리 정한 환율로 미래에 외화를 사고파는 계약)을 사뒀다면 손실을 볼 수 있다. 특히 환 헤지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채산성 악화와 함께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앞으로 시장의 관심은 1,400원선이 무너지느냐, 그리고 1,300원대가 자리 잡느냐에 쏠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축소와 국제유가 안정이 이어지면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와 머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 하락에는 특정 기업발 달러 매도와 같은 일시적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한 만큼,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다시 살아나거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환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대외 변수와 자금 이동 방향에 따라 큰 폭으로 출렁일 가능성이 있어, 외환시장 안정이 곧바로 기업 경영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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