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 부지 개발 사업이 소유권 이전과 대규모 초기 자금 조달을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년간 자금 문제와 각종 논란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로 넘어가면서, 중단됐던 대형 주거 개발 계획이 재가동되는 흐름이다.
13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그랜드호텔 건물과 부지 소유권은 지난달 이우영 동원아이엔씨 회장과 관계 법인 등에서 ‘홍제353PFV’로 이전됐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특정 부동산 개발사업만을 위해 세우는 특수목적법인으로, 통상 자금 조달과 사업 구조를 분리해 위험을 관리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소유권 이전은 사업 주체를 명확히 하고, 본격적인 개발 절차를 밟기 위한 전 단계로 해석된다.
이번 사업은 부동산 개발업체 연합와이앤제이가 추진하며, 호텔과 주변 필지 등을 포함한 약 1만2천평 부지의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약 1천300가구 규모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부지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큰 편이다. 특히 호텔 부지를 주거시설 중심으로 바꾸는 개발은 토지 이용 방식을 바꾸는 작업인 만큼, 사업성이 확보되면 지역 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조달도 다시 사업 추진의 동력이 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부지 매입 잔금과 초기 사업비에 투입될 약 4천5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단독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릿지론은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넘어가기 전 필요한 토지 매입비나 초기 비용을 먼저 대는 단기 자금이다. 전체 부지 매입대금과 초기 사업비는 5천억~6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키움증권은 사업성과 담보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금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이 곧바로 완성 단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부지는 2020년대 초반부터 여러 차례 개발이 추진됐지만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 회장의 조부인 조선 귀족 이해승과 관련한 친일재산 논란까지 겹치면서 장기간 진척이 더뎠다. 앞으로 고층 아파트 개발을 위해서는 종상향(용도지역 상향)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사회적 논란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소유권 이전과 브릿지론 집행은 사업 재개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착공과 본 PF 전환, 최종 개발 완료까지는 적지 않은 변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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