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미국의 50% 추가관세에 맞서 보복관세와 에너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압박 효과는 국경 인접 지역과 자동차·유제품·에너지 등 일부 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은 7월 20일 포고문에서 1930년 관세법 제338조를 근거로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50% 추가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본지는 캐나다산 일부 상품에 대한 50% 관세 발효 일정이 조정된 사실을 전한 바 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8월 21일 성명에서 미국과의 통상협상을 중단하고 협상단을 오타와로 복귀시켰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약 280억 달러(약 38조7000억원) 규모의 캐나다 상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며 “캐나다는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달러 대 달러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재무부는 8월 24일 보복관세가 9월 8일 발효되며 기업 유동성, 노동자 지원, 경제 회복력 강화를 위한 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타리오주도 같은 날 더그 포드(Doug Ford) 주총리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전력 수출과 핵심광물 등 선택지를 열어뒀다.
이번 갈등의 제도적 근거는 1930년 관세법 제338조다. 이 조항은 특정 국가의 차별적 조치가 미국 상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될 때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미국은 캐나다의 조치를 문제 삼아 관세 카드를 꺼냈고, 캐나다는 같은 규모로 되받는 맞대응을 택했다.
캐나다의 주장은 에너지 의존 구조에 기대고 있다. 카니 총리는 8월 22일 연설에서 캐나다가 미국 천연가스 수입의 99%, 전력 수입의 85%, 원유 수입의 60%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캐나다가 협상 카드로 내세울 실물 자원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수입 비중과 미국 전체 소비 비중은 다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캐나다산 전력 수입은 2720만1095MWh였고, 같은 해 미국 총 소매전력판매는 39억7538만1832MWh였다. 단순 계산하면 캐나다산 전력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약 0.7%다.
지역별로 보면 압박은 더 뚜렷하다. EIA는 2025년 9월 자료에서 캐나다 전력이 뉴잉글랜드와 뉴욕 전력망에서 여전히 역할을 하지만 최근 의존도는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뉴욕 전력망에서 캐나다 전력 비중은 2024년 3%, 2025년 8월까지 약 2%였다.
이 때문에 전력 카드는 미국 전국을 흔드는 수단이라기보다 접경 지역 비용과 전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로 봐야 한다. 전력망은 지역별 연결 구조가 달라 특정 주와 도시에는 수입 전력 차질이 가격 부담으로 옮겨갈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전체 전력 소비 기준으로는 캐나다산 비중이 작아 전국 단위 충격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원유도 양면성이 있다. EIA는 2026년 7월 자료에서 미국이 2025년 하루 평균 13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전체로 보면 순석유 수출국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산 원유가 미국 정유망에 중요하다는 사실과 미국 에너지 체계 전체를 멈출 수 있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원유·가스 공급망은 정유시설, 파이프라인, 장기 계약이 얽혀 있어 단기간 대체가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 자체 생산과 수출입 구조를 함께 보면 캐나다의 지렛대는 전면 차단보다 비용 상승과 지역별 병목에 더 가깝다.
캐나다도 미국 의존도가 크다. 캐나다 에너지 규제기관은 2025년 캐나다가 하루 43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고 이 가운데 90.1%인 하루 390만 배럴이 미국으로 갔다고 집계했다. 원유 수출액 1400억 달러(약 193조6000억원) 중 1261억 달러(약 174조4000억원)가 대미 수출에서 나왔다.
시장 반응은 환율에서 먼저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캐나다 협상 결렬 이후 캐나다달러가 미국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관세와 보복관세가 실제 비용으로 반영될 경우 자동차, 유제품, 에너지, 원자재 공급망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번 갈등은 캐나다 내부 여론과 산업계 이해관계도 갈라놓고 있다. 더 강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반면 접경 지역 기업과 에너지 거래 당사자에게는 보복 조치가 수출 감소와 비용 증가로 돌아올 수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단순한 북미 통상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관세 충돌은 환율, 원자재 가격, 자동차·에너지 공급망 비용을 통해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 확인된 수치만으로는 미국 전체 에너지 수급이 흔들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캐나다 보복관세는 9월 8일 발효될 예정이다. 그 전까지 확인할 대목은 보복 품목의 구체적 범위, 온타리오주의 전력·핵심광물 조치 여부, 미국의 추가 관세 대응이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