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원 밀린 달러-원, 수출기업 네고 전략 갈렸다

| 이준한 기자

달러-원 환율이 두 달도 안 돼 180원 넘게 내려가면서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전략이 갈리고 있다. 일부 기업은 1,500원대 환율을 다시 기다리고, 대기업은 현금흐름에 맞춘 분할 헤지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26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은 달러-원 환율이 이달 들어 1,370원대 중반까지 내려 연저점을 다시 낮췄다고 집계했다. 지난달 1일 고점 1,559.20원과 이달 24일 저점 1,376.50원을 비교하면 하락 폭은 180원을 넘는다.

환율 급락은 수출기업의 의사결정 압박으로 이어졌다. 수출기업은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네고 거래를 한다. 환율이 높을 때 달러를 팔면 원화 환산액이 커지지만, 환율이 낮아지면 같은 달러를 팔아도 확보하는 원화가 줄어든다.

A은행 관계자는 "한 기업은 1,510원대에서 일부 물량을 팔고, 지난 6월 환율이 1,560원까지 오르자 너무 일찍 팔았다며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이후 1,560원대에서 추가 네고 물량을 내놓지 않았고, 현재는 1,500원대로 반등하면 팔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예상보다 급히 낮아지면서 수출업체들이 추가 하락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더 내려가기 전에 달러를 팔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는 뜻이다.

월말 수급도 환율 하락 압력을 키웠다. 수출업체 네고 물량에 역외 롱스탑과 숏플레이가 더해지면서 달러 매도 물량이 수입업체 저가 매수와 커스터디 달러 매수세를 압도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기업 규모에 따라 대응 방식도 다르다. 대기업은 예상 현금흐름과 외화 수급을 바탕으로 헤지 비율을 정하고, 시점과 물량을 나눠 거래한다. 환율 방향을 한쪽으로 보더라도 전체 환노출을 열어두지 않고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막는 방식이다.

일부 중견·중소기업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경영진 판단에 따라 네고 시점을 정한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 달러 보유로 환차익을 경험한 기업일수록 같은 전략을 반복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A은행 관계자는 "100% 환오픈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환헤지는 환율 방향을 맞히는 거래라기보다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을 때 손실을 줄이는 관리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외환시장의 수급 변수도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7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서 외국인이 지난달 상장주식 31조6,640억원을 순매도했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7개월 연속 이어졌다.

외국인 주식 매도에 따른 커스터디 매수세는 환율 하단을 받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판 뒤 자금을 해외로 보내려면 달러 매수 수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지는 달러-원 환율이 1,378~1,396원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외환딜러 전망을 전한 바 있다. 당시에도 월말 네고 물량과 저가 매수세가 함께 언급됐다.

이번 급락은 수출업체가 특정 환율대 회복을 기다릴지, 분할 헤지로 손실 가능성을 줄일지 판단해야 하는 구간을 넓혔다. 환율이 1,300원대에 머무는 동안 기업별 네고 시점과 외국인 주식 매도 관련 달러 수요가 서울 외환시장 수급에 반영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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