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원유 조달처를 넓히고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중동 파이프라인 지원을 에너지 회복력 패키지에 담는다. 2023년도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94.7%에 달한 만큼, 해상 병목에 쏠린 공급망 위험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26일 오후 녹색전환(GX) 이행회의에서 에너지 수급 구조 강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공개한다고 보도했다. 계획의 핵심은 △원유 조달 다변화 △산유국 파이프라인 건설 지원 △나프타 비축이다.
경제산업성(METI) 에너지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3년도 일본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는 94.7%였다. 공개 보도에서는 평시 원유 운송의 약 93%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핵심 병목이다. 일본은 원유 대부분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에서 들여오는 구조라 해협 통항이 흔들리면 조달 비용과 물량 확보가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을 요구해 왔다. 이번 패키지는 외교적 요구에 그치지 않고 대체 조달과 물류비 부담 완화, 비축 대응을 정책 수단으로 묶는 단계로 풀이된다.
아카자와 료세이(Ryosei Akazawa) 경제산업상은 3월 회견에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중앙아시아, 남미를 대체 공급선 후보로 언급했다. 특정 지역 의존을 한 번에 낮추기보다 기존 중동 원유와 우회 루트를 함께 쓰는 방식에 가깝다.
경제산업성은 5월 15일 발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조달이 5월에는 약 60%, 6월에는 70% 이상 가능할 것으로 봤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6월 16일 회견에서 7월 원유 조달이 전년 동월 대비 약 100%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같은 회견에서 경제산업성은 8월 이후 전년 동월의 75% 수준을 가정해도 비축을 활용하면 2028년 3월 말까지 안정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단기 수급 충격은 비축으로 흡수하고, 중장기 위험은 조달선과 항로를 나눠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녹색전환은 에너지 구조를 탈탄소 방향으로 바꾸는 일본 정부의 산업·에너지 정책 틀이다. 이번 계획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별개로 원유·석유화학 원료의 안정 조달을 에너지 안보 과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패키지에는 중동 이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늘어나는 운송비를 기업들이 나눠 부담하는 제도도 포함된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하는 파이프라인 정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나프타 비축도 함께 담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인쇄 잉크 원료로 쓰이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공급 차질이 생기면 정유를 넘어 제조업 소재 조달에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
시장 의미는 원유 가격 방향보다 공급망 비용에 있다. 일본 정유업계는 중동산 원유에 맞춘 설비 비중이 크고, 대체 원유는 운송 거리와 유종 차이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S&P 글로벌은 경제산업성 작업반이 호르무즈 같은 병목을 피하는 원유·나프타 운송의 물류비를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해운·보험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가 민간 정유사의 참여 폭을 가를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도 이 사안을 남의 일로 보기 어렵다. 중동 항로 불안은 원유 도입 비용, 해상 보험, 석유화학 원료 조달에 함께 영향을 준다.
일본의 이번 패키지는 특정 국가의 비축 대응을 넘어 아시아 수입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를 비용 구조 안에 어떻게 반영할지 보여주는 사례다. 세부 예산, 지원 대상, 보험·재보험 구조, 실제 집행 시점은 26일 공개되는 종합계획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