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 해외 사모대출 55.9조, 차환 시험대

| 서지우 기자

국내 금융권과 연기금 등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잔액이 2026년 2월 말 55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는 현 단계에서 사모신용 부실이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7일 무디스와 공동 개최한 '2026 무디스-한신평 웹세미나'에서 '사모신용 리스크 점검' 발표를 진행했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 사모신용 시장의 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모신용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비공개 시장에서 중견기업 등에 직접 대출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권 밖 대출 수요가 커졌고,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가 그 자리를 빠르게 채웠다.

비상장 대출이라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거래 빈도가 낮아 가격 평가가 공개시장 자산보다 불투명하고, 투자자 환매 요구와 대출 자산 회수 속도가 어긋날 수 있다. 이는 본지가 앞서 전한 사모대출 시장에서 환매 요청과 평가절하가 동시에 나타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제시한 국내 익스포저는 2023년 말 40조7000억원에서 2026년 2월 말 55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금융권은 30조5000억원, 연기금 등은 25조4000억원을 보유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사가 20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67.4%를 차지했다. 상호금융은 4조7000억원, 증권사는 2조8000억원, 은행은 2조원이었다.

총량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권 총자산에서 사모신용 익스포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0.42%, 연기금 운용자산에서는 1.2%였다. 보험사의 총자산 대비 비중도 약 1.5%로 집계됐다.

한국신용평가가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15곳을 대상으로 사모대출 자산 가격이 최대 30%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지급여력비율(K-ICS)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금융회사 자본을 즉각 흔드는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환매와 개별 부실 사례가 위험 신호로 꼽혔다. 미국 대체투자 운용사 블루아울은 지난 2월 17억 달러(약 2조3511억원) 규모 사모신용 펀드의 정기 환매를 중단했다. 이후 미국 내 주력 펀드 두 곳에는 총 54억 달러(약 7조4682억원)의 환매 요구가 몰렸다.

한국신용평가는 사모신용 시장의 취약점으로 △다층 누적형 레버리지 △불투명한 가치평가 △차주 친화적 대출 조건 △특정 업종 집중 △리테일 투자자 증가에 따른 유동성 불일치를 제시했다. 기관 전용 시장이 개인과 고액자산가 상품으로 넓어질수록 평가 주기와 환매 한도가 투자자 체감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공지능(AI) 관련 자산 쏠림도 점검 대상으로 제시됐다. 2025년 신규 사모신용 거래에서 AI 관련 거래 비중은 34%였다. 2025~2028년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2조9000억 달러(약 4010조7000억원) 가운데 약 8000억 달러(약 1106조4000억원)가 사모신용 시장에서 조달될 것으로 전망됐다.

AI 개발사와 빅테크, 반도체 기업이 제품 거래와 투자, 자금 지원으로 서로 연결되는 구조가 커질 경우 개별 기업의 부실이 관련 기업과 금융회사로 번질 수 있다는 게 한국신용평가의 설명이다. 본지는 앞서 AI 인프라 금융이 신용시장 리스크로 부상한 흐름을 전한 바 있다.

강 연구위원은 "현재까지의 주요 부실은 거시 충격에 따른 동시다발적 부실이라기보다 개별 기업의 특수 요인이 반영된 신용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은행이 사모대출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제공한 대출은 전체 자산의 0.5% 미만으로 제시됐다.

관건은 2027~2029년 만기 집중 구간이다. 강 연구위원은 "대규모 대출자산 만기를 앞두고 차환 수요를 시장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도율, 부실·연체 대출 비중, PIK 전환, 만기 연장과 대출조건 변경 증가 여부를 주요 점검 지표로 꼽았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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