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성과급이 이천·화성·청주 등 생산 거점의 소비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지급 이후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는 다른 지역보다 4% 정도 높았고, 자동차와 백화점 등 고가 재량소비재가 먼저 반응했다.
한국은행은 31일 공개한 ‘BOK 이슈노트: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에서 이같이 밝혔다. 분석 대상에는 이천, 화성, 청주 등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25년부터 2026년 말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이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년간 연평균 증가액은 8000억원 수준으로, 2025년 민간소비 증가액의 2%에 해당한다.
성과급 대비 소비 증가액으로 본 소비파급률은 2025년 27%, 2026년 21%로 추정됐다.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한 국내총생산(GDP) 제고 효과는 2025년 0.01%, 2026년 0.03%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2027년에는 성과급 규모가 커질 예정임을 감안할 때 GDP 제고 효과가 0.08~0.1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수치는 성과급 확대가 실제 소비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소비의 내용은 균일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 증가는 자동차와 백화점 등 고가 재량소비재에 집중됐다.
2026년에는 온라인 소비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보고서는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 인도량이 주요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빠르게 늘어난 점을 들어 자동차 구매 관련 소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소비파급률은 늘어난 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진 비율을 뜻한다. 성과급이 지급돼도 가계가 이를 저축하거나 주택 매입 등 자산 취득에 쓰면 단기 소비 효과는 제한된다.
지역별 반응도 달랐다. 반도체 노출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이천시의 소비 반응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보고서는 주택 관련 소비 증가를 고려하면 늘어난 소득이 주택 매입에 쓰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매수자 거주지별 등기신청 자료에서도 성과급 지급 직후 이천시 거주자의 수도권 주택 매입은 많이 늘었지만, 청주시 거주자에게서는 같은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재호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지금까지의 패턴이 그랬다는 의미고, 소비가 이제 서비스로 확산하면서 수요측 물가 압력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과급 효과가 자동차·백화점 소비에 머물지 않고 서비스 소비로 옮겨갈지가 물가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2010년대 초반 울산 사례를 들어 임금 상승 초기에는 서비스 소비가 전국 평균을 밑돌았지만, 이후 시차를 두고 서비스 소비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자동차·화학 호황기와 현재 반도체 호황기는 고용시장 조건이 다르다.
반도체 산업은 고용 유발 효과가 낮아 소비 확산 정도를 단정하기 어렵다. 본지는 앞서 반도체 중심 성장이 내수와 고용으로 번지는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늘어난 소득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되기보다 소비와 실물경제로 환류될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소비 회복이 일부 부문에 머무르지 않고 서비스업 등 부가가치와 고용유발효과가 큰 부문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연합인포맥스 원문,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목록, 한국은행 관련 이슈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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