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두 달도 안 돼 188.20원 내려 1,370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법인세 납부용 환전 수요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반도체 기업의 달러 매도 여력이 다음 수급 변수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연합인포맥스는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지난 28일 장중 1,371.00원까지 내려 연저점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장중 고점 1,559.20원과 비교하면 낙폭은 188.20원이다.
28일 오후 3시30분 서울장 종가는 1,372.50원이었다. 이는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스1도 같은 시각 달러-원 환율이 전일 같은 시각 주간 종가보다 8.4원 내린 1,372.50원에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하락 압력으로는 월말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법인세 중간예납 기한을 앞둔 환전 수요가 거론됐다. 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중간예납 기한은 31일까지다.
법인세 납부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기 위한 달러 매도는 상당 부분 선제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부 잔여 물량은 납부 마감일 장중에도 나올 수 있다.
납부 기한이 지나면 법인세 관련 수급 효과는 약해진다. 이후 시장의 시선은 반도체 기업의 시설투자, 주주환원,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관련 자금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표 기업이다. 국내 시설투자와 주주환원 과정에서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서울 외환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난다.
본지는 앞서 대신증권이 달러-원 환율의 연내 하단을 1,350원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도 반도체 기업의 환전 수요가 달러 매도 우위 장세를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전략도 환율 하락 과정에서 갈렸다. 본지는 달러-원 환율이 두 달도 안 돼 180원 넘게 내려가면서 수출업체의 네고 전략이 기업별로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기업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174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분기 순매도 규모다.
선물환 매도는 기업이 미래에 받을 달러를 미리 팔아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거래다. 기업의 선물환 매도가 늘면 거래 상대방인 은행은 위험을 맞추기 위해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파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관련 달러 매도 물량도 시장의 관전 대상이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연합인포맥스에 "단기적으로 달러-원의 추가 하락을 열어두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가 낮아졌을 뿐, SK하이닉스 ADR 자금도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향후 미국으로 송금해야 할 수요가 있더라도 기업들이 이미 보유한 달러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달러 보유분이 환율 반등 압력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취지다.
기술적 흐름을 짚은 보고서도 이어졌다. 주간 예상 범위와 이동평균선 이탈 여부가 하단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영화 BNK부산은행 연구원은 31일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이 지난주 1,376원까지 하락하며 200주 이동평균선을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 예상 범위는 1,358∼1,388원으로 제시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31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호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 무역·경상수지 흑자 확대, 제조업 경기 개선을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았다. 박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9월 중 1,35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개월 뒤 전망치를 1,355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두 달간 낙폭이 컸다는 점은 하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저가 매수와 수입업체 결제 수요가 나오면 환율 하락 속도는 이전보다 완만해질 수 있다. 한국의 8월 수출은 9월 1일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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