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이 반도체와 바이오 등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의 4분기 이익 변수로 떠올랐다.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서울외국환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1350.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6월 고점 1561.50원보다 13.5% 낮은 수준이다. 장중에는 1년2개월 만에 1340원대로 내려갔다.
환율 하락 배경으로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기대가 거론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한 달러 조달도 외환시장 수급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제시됐다. 본지는 앞서 SK하이닉스 ADR 조달 자금 환전 수요가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환율은 수출기업 실적에 회계상·거래상 두 경로로 영향을 준다.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낮아지면 같은 달러 매출도 원화 기준 금액이 줄어든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환율 변화가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환율 하락의 후폭풍’ 보고서에서 “3분기는 환포지션 평가에 따른 이익 삭감이 크지 않지만 4분기엔 환율 변화가 실제 수출과 수입 거래액에 영향을 미쳐 국내 기업의 총세전이익이 기존 예상치 대비 10.9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부터는 평가손익보다 실제 거래 단가와 환산액 변화가 더 직접적으로 반영된다는 취지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의 올해 연간 세전이익이 기존 예상보다 2.22% 줄어들 것으로 제시됐다. 건강관리 장비 및 서비스는 7.92%, 전자·전기제품은 6.54%, 제약·바이오는 6.1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모두 원화 강세로 수출 실적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드는 효과를 반영한 수치다.
바이오 업종에서도 환율 민감도는 주요 손익 변수로 거론돼 왔다.
다만 이날 증시 흐름은 환율 부담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1.64% 오른 6687.21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2.20%, SK하이닉스는 3.20% 상승했고, 삼성전자우와 SK스퀘어도 각각 4.07%, 6.12% 올랐다.
미국 통화정책 변수도 이날 시장 흐름에 영향을 줬다.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한다면 9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 국채 금리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의 중앙은행 시스템으로, 기준금리 경로는 달러 가치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준다. 미국 금리 부담이 낮아지면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될 수 있고, 이는 원·달러 환율과 국내 금융시장 가격에도 함께 반영된다.
환율 변수는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별도 계산을 요구한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처럼 달러 가격을 기준으로 보는 자산은 달러 가격이 같아도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 표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앞서 본지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원화 환산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이번 분석의 초점은 환율 하락 자체보다 업종별 이익 민감도다. 반도체와 바이오처럼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은 4분기 실적에서 환율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해당 영향이 주가와 가상자산 시장의 원화 표시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