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매수 스테이블코인 640억 달러, 환율 경로 주시

| 김하린 기자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커질수록 원화 같은 비달러 통화가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원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직접 거래가 넓어질 경우 가상자산 시장의 매수 압력이 외환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3일 공개한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외환시장 간 연계성: 글로벌 거래소의 역할을 중심으로’ 이슈노트에서 바이낸스의 법정통화·달러 스테이블코인 직접 거래 사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거래소 간 가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던 12개 통화다.

연구의 핵심은 거래 구조다. 투자자가 현지 통화로 테더(USDT)나 유에스디코인(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사면, 거래 상대방인 글로벌 중개자는 받은 현지 통화 포지션을 외환시장에서 조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달러 매수 수요로 바뀔 수 있다. 현지 통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거래가 늘면 해당 통화에는 약세 압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분석에서 바이낸스가 특정 법정통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지원한 뒤 현지 시장의 스테이블코인 프리미엄은 0.33~0.38%포인트 낮아졌다. 본지는 앞서 스테이블코인 프리미엄 축소와 환율 연계 강화 흐름을 전했다.

프리미엄 하락은 현지 거래소와 글로벌 거래소 사이 가격 차이가 줄었다는 뜻이다. 가격 괴리가 줄어드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수요 충격이 환율로 전달되는 통로가 열린 셈이다.

스테이블코인 프리미엄은 같은 달러 가치를 가진 자산이 현물환율 기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정도를 말한다. 직접 거래쌍이 없으면 수요가 늘어도 가격 차이가 커지는 데 그치지만, 직접 거래쌍이 생기면 중개자의 외환시장 거래를 통해 환율과 연결될 수 있다.

원화는 아직 이 경로가 뚜렷하게 작동하지 않는 사례로 분류됐다. 바이낸스에서 원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직접 거래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거래 지원이 없는 통화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수요 압력이 주로 프리미엄 확대로 나타났고, 환율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봤다. 국내 거래소 안의 가격 괴리가 외환시장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내 시장의 수요 자체는 작지 않다. 체이널리시스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12개월 동안 한국에서 원화로 매수된 스테이블코인 규모가 640억 달러(약 86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국내 원화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상당한 규모로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원화 직접 거래쌍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 안에서 상당한 규모로 형성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법인과 외국인의 참여가 확대될 경우 시장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원화 외환시장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면, 기존에는 국내 거래소 가격 괴리로 머물던 압력이 환율 경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대형 거래소가 현지 통화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연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본지는 앞서 코인베이스가 브라질 헤알화로 유에스디코인을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했다고 보도했다.

정책 과제도 외환시장 쪽으로 넓어졌다. 한국은행은 디지털자산 제도 정비와 함께 원화 국제화, 외환시장 유동성 확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 안의 결제 수단에 그치지 않고, 거래 구조에 따라 원화와 달러 수급을 잇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 분석은 직접 거래쌍 지원 여부가 스테이블코인 프리미엄과 환율 전달 경로를 가르는 핵심 조건이라고 제시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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