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환보유액이 8월 한 달 동안 800억달러(약 108조원) 줄었다. 일본 재무성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8월 말 외환보유액은 1조2070억달러(약 1626조원)로 7월 1조2870억달러(약 1734조원)에서 6.18% 감소했다. 4개월 연속 감소세이며, 지난 5월 기록한 5.58% 감소폭을 넘어선 수치다.
재무성은 감소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익명의 재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엔화를 방어하기 위한 시장 개입과,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 국채 가치 하락이 겹친 결과라고 전했다.
독일과 영국, 미국의 국채 금리는 최근 여러 해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떨어지는데,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자산도 이 여파로 평가액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마사히코 루(Masahiko Loo) 수석 채권전략가는 CNBC에 "이번 감소는 주로 최근 일본의 달러 매도·엔 매수 외환 개입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반복된 개입이 보유고 감소로 직결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5월 11조7300억엔(752억6000만달러, 약 101조원) 규모로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했다. 이는 올해 개입 행렬의 시작점이었다.
7월 말에는 15조4000억엔 규모의 추가 개입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유로화를 매도해 엔화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공조했다.
올해 들어 투입된 개입 규모는 총 27조1000억엔으로, 2003년 세운 연간 최대 기록인 20조4000억엔을 넘어섰다. 한 해 개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통화당국의 공조 개입은 한 나라의 단독 개입보다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의 이번 공조 개입은 1998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화는 지난 7월 23일 달러당 163.98엔까지 밀리며 4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반등해 달러당 155.98엔대에서 거래됐다(9월 7일 CNBC 보도 기준).
루 전략가는 이번 감소가 투자자들이 우려할 사안인지 묻는 질문에는 "이번 감소는 금융 스트레스가 아니라 정책 행동을 반영한 것"이라고 답했다. 개입에 따른 일시적 자산 이동이지 일본 재정 건전성의 위기 신호는 아니라는 취지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통화당국이 환율 방어에 얼마나 많은 자산을 소진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일본이 올해 들어 사상 최대 규모의 개입을 이어가면서, 보유고 감소폭도 함께 역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번 감소는 지난 5월 이후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이다. 일본의 해외증권 보유액이 5월 말 기준 전월보다 756억달러(약 102조원) 줄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는데, 당시에도 엔화 방어를 위한 개입 자금 조달 과정에서 해외자산 매각이 거론됐다.
앞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일본이 현금성 자산만 약 2000억달러(약 283조원)를 보유해 추가 개입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올해 개입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보유고 감소폭도 함께 불어난 셈이다.
한국은행은 같은 8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143억3000만달러(약 19조7000억원) 늘어 월간 증가폭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대금 유입과 운용수익 확대가 겹친 결과로 풀이되며, 엔화 방어에 나선 일본과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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