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1,250~1,300원에서 하단을 형성한 뒤 장기 상승 흐름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환율 급락은 경상수지 흑자와 반도체 관련 자금 유입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차영후(Cha Young-hoo)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내국인 투자자금 유출은 고령화와 경상흑자 대외순저축이라는 구조적 배경 속에서 15년 이상 이어진 장기 흐름"이라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차 연구원의 분석을 전했다.
차 연구원은 최근 달러-원이 고점 대비 200원 넘게 내린 배경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꼽았다. 반도체 호황이 1~2년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반도체 대기업의 주주환원과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가 외화 유입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주환원에 따른 연환산 원화순환전 효과는 685억달러(약 92조1,325억원), 메가프로젝트 효과는 1,410억달러(약 189조6,450억원)로 추산됐다. 두 요인을 합친 자금 유입 규모는 2,100억달러(약 282조4,500억원)로, 증권·직접투자 순유출 1,300억달러(약 174조8,500억원)를 웃돈다는 계산이다.
차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1~2년은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반도체 대기업의 주주환원과 메가프로젝트 투자의 자금 유입 효과만 고려해도 투자자금 유출 요인을 압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황과 기업 자금 흐름이 단기 환율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 금리 차 축소 가능성도 원화 가치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제시됐다. 금리 차가 좁혀지면 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져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환당국의 원화 강세 선호 기조도 원화 가치에 우호적인 배경으로 거론됐다. 차 연구원은 "당국의 원화 강세 선호 기조도 명확하다"며 "한국은행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환율 변화는 예측 가능한 점진적 추가 하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급격한 조정은 상당 부분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달러-원 환율이 7월 2일 고점 대비 약 14% 하락한 만큼 1,200원대 중후반에서 저점을 확인한 뒤 장기 상승 흐름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 연구원은 고령화와 경상수지 흑자 누적에 따른 대외순저축 증가가 15년 넘게 이어진 장기 추세라고 강조했다. 대외순저축은 국내 저축과 투자의 차이가 해외 자산 형태로 축적되는 흐름을 뜻한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자산을 매입할 때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와 연결된다. 반대로 수출과 기업의 주주환원 과정에서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면 달러-원 환율에는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차 연구원은 고령화와 대외순저축 증가가 반도체 사이클 종료 이후 다시 달러-원 환율 상승을 이끌 요소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반도체 관련 자금 유입에 가려져 있지만 장기 추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번 전망은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 달러-원 하단 전망을 잇달아 낮춘 흐름과 맞물린다. 우리은행이 달러-원 하단 전망치를 1,380원에서 1,340원으로 낮춘 사실도 앞서 전해졌다.
우리은행의 전망은 수출업체 달러 매도와 외국인 주식 자금 복귀 가능성을 단기 원화 강세 요인으로 본 반면, 이번 분석은 반도체 대기업의 주주환원과 대규모 프로젝트까지 자금 유입 요인으로 포함했다. 전망 구간은 달랐지만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달러-원 환율 흐름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참고 변수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달러 표시 가격이 같더라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거래소에서 체감하는 원화 환산액은 낮아질 수 있다.
장기 환율 방향은 반도체 사이클 변화와 내국인 해외투자 자금 유출, 경상수지 흑자 규모, 한미 금리 차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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