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52.89엔 강세…캐리 트레이드 유지 가능성

| 서지우 기자

일본 엔화가 달러당 152.89엔까지 강세를 보였지만, 엔화 상승만으로 신흥시장 캐리 트레이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함께 커지지 않는다면 최근 엔화 강세가 신흥시장 자산 흐름을 꺾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모건스탠리 전략팀은 8일 보고서에서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끌어올릴 추가 촉매가 없다면 최근 엔화 상승만으로 신흥시장 캐리 트레이드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엔화 움직임 자체보다 시장 전체의 위험 선호와 변동성이 핵심 변수라는 의미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나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일본의 저금리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엔화는 대표적인 조달 통화로 활용돼 왔다.

엔화가 빠르게 강세를 보이면 투자자가 엔화로 빌린 자금을 갚기 위해 신흥시장 자산을 매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환율 상승이 주식·채권 등 위험자산 매도로 번지면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과거에도 급격한 엔화 상승이 글로벌 위험자산 매도와 맞물리면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키웠다. 다만 엔화 강세가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시장에서 같은 규모의 청산이 재현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신흥시장 캐리 트레이드 성과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엔화보다 글로벌 성장과 세계 주식시장 흐름, 주요 신흥국의 개별 펀더멘털을 꼽았다. 전략팀은 이 세 요인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전략팀은 “개별 국가의 견조한 펀더멘털과 높은 캐리 수익률, 탄탄한 글로벌 성장세가 투자자들을 신흥시장에 계속 머물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차익과 위험자산 선호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엔화 강세만으로 투자 흐름이 급격히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브라질 헤알화는 7월 29일 이후 엔화 대비 5.1% 하락했고, 콜롬비아 페소화도 같은 기간 3.4% 내렸다. 그러나 달러 대비로는 헤알화가 0.7%, 페소화가 2.4% 상승했다.

두 통화가 엔화 대비 약세를 보인 것은 신흥시장 통화 전반이 매도됐기보다 엔화 자체의 상승이 상대 환율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엔화와 비교한 수익률만으로 신흥시장 자산의 전반적인 투자 흐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엔화는 8일 한때 달러당 152.89엔까지 상승했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가장 강한 수준으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일본 당국의 엔화 약세 대응 경계가 엔화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후 엔화 상승폭은 일부 줄었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은행의 정책 방향과 당국의 시장 대응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엔화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 통화가 엔화에만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최근 유로화와 스위스프랑으로 조달 통화를 넓히고 있어 엔화 한 통화의 움직임이 전체 캐리 트레이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다.

본지는 앞서 조달 통화가 엔화에서 유로와 스위스프랑으로 분산되면서 캐리 지수 하락폭이 제한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흥시장 캐리 트레이드 지수는 엔화가 급등한 2024년 8월 약 4% 하락했지만, 미·일 엔화 매수 개입 이후에는 약 1%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크게 되감기면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비트코인(BTC) 같은 위험자산에도 매도 압력이 번질 수 있다. 다만 이번 분석은 엔화 상승 자체보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함께 확대되는지가 신흥시장 자산과 캐리 트레이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봤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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