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디오 게임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세대 전반에 걸쳐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새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비디오게임산업협회(ESA)가 발표한 ‘2025 미국 비디오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5세부터 90세 사이 인구의 64%, 총 2억 510만 명이 매주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대비 90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로, 게임의 세대별 확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령층의 게임 이용률이다. ‘사일런트 세대’로 분류되는 80~90세 연령층의 36%가 정기적으로 게임을 즐긴다는 조사 결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이는 전년보다 6%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지난 5~10년간 이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꾸준한 성장세를 반영한다. 비슷한 양상은 베이비붐 세대(61~79세)에서도 확인된다. 베이비부머의 49%가 게임을 하고 있으며, 여성의 비중이 남성보다 높은 52%로 나타났다.
ESA의 스탠리 피에르루이스(Stanley Pierre-Louis) CEO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이제 게임은 특정 연령이나 성별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5세 아동부터 90세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지 능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 세대 간 소통 등 다양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세대별로 조금씩 다르다. 젊은 층은 친구들과 교류하거나 경쟁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반면, 베이비부머 이상 고령층은 게임을 통해 정신을 날카롭게 유지하거나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고령 게이머들의 77%는 게임을 ‘휴식’의 수단으로, 65%는 ‘두뇌 건강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게임은 가족 간 유대 강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의 70%가 게임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82%가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고 밝혔다.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하는 주요 이유로는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61%)’, ‘자녀와 소통하기 위함(55%)’,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55%)’ 등이 포함된다. 또한 부모의 70%는 아이들이 SNS보다는 게임을 통해 온라인 활동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이처럼 폭넓은 연령층의 참여는 게임을 단순한 오락 이상의 문화적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사용자 중 78%는 게임이 새로운 인간관계를 여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답했으며,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의 상당수는 게임을 통해 실제 친구나 연인을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Z세대의 경우 70%가 게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됐다고 응답했다.
게임 콘텐츠가 영화와 TV로 확장되면서 대중성과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게임을 모티프로 삼아 제작된 사례들이 증가하면서, 게임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도 자연스레 게임이라는 문화에 노출되고 있다. ESA는 이를 통해 게임 산업의 잠재적 유입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고전 게임을 여전히 즐기는 이용자들의 비율도 높다. ESA는 “과거에 잘 만들어진 게임은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며, TV 시리즈 ‘프렌즈(친구들)’처럼 몇십 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콘텐츠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고브(YouGov)와의 공동 조사를 통해 시행됐으며, 미국 내 5,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작성됐다. 이 조사는 나이, 성별, 인종, 교육 수준 등을 기준으로 인구 대표성을 확보했으며, 주당 최소 1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이들을 포함한 전반적인 유저 생태계를 반영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보고서는 미국 내 게임 이용률의 지속적 확대와 함께, 게임이 세대·성별·사회적 배경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피에르루이스 CEO는 “게임은 이제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의미를 갖는 도구”라며 “모든 이를 위한 게임이 존재하며, 각자의 삶에 맞는 방식으로 게임이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