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레저(XRPL) 전체 계정 781만여 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이미 공개키가 노출된 계정에 ‘XRP’ 768억2000만 개가 보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해킹 위험이 임박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향후 양자내성 암호로 전환할 때 ‘휴면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3일(현지시간) X의 dUNL 검증자 ‘Vet’에 따르면, 공개된 서명 거래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 계정은 양자컴퓨터 공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류됐다. 그는 전체 781만364건의 계정을 점검한 뒤, 560만 개 계정이 ‘양자 노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위험에 놓일 수 있는 물량은 대부분 ‘활성 계정’에 묶여 있다. Vet는 노출된 ‘XRP’의 96%가 현재도 움직이는 계정에 속해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계정은 훗날 양자내성 계정 체계가 도입되면 자금을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키를 잃었거나, 보유 사실을 잊었거나, 사망한 사용자처럼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휴면 계정이다. Vet는 “양자내성 암호는 결국 필요하다”며 “그 체계가 도입되면 대부분의 사용자는 자금을 안전한 새 계정으로 옮길 수 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계정은 탈취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면 계정이 핵심 변수…비트코인과 비교도
이번 분석에서 5년 이상 휴면 상태이면서 공개키가 드러난 계정은 133만 개로 집계됐다. 이들 계정이 보유한 물량은 전체 양자 노출 ‘XRP’의 3.83%, 전체 공급량 기준으로는 2.94% 수준이다. 특히 2013년 네트워크 출범 초기부터 남아 있는 오래된 휴면 계정은 전체 공급량의 0.024%에 불과했다.
Vet는 이 수치를 두고 비트코인(BTC)보다 양자 위험의 휴면 물량이 훨씬 작다고 봤다. 그는 “제네시스 계정, 즉 사토시 비트코인만 해도 공급량의 약 5%”라며 “XRP 레저의 휴면 노출은 그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다만 논란의 본질은 기술보다도 거버넌스에 가깝다. 활성 사용자는 이동할 수 있지만, 휴면 자산은 누구도 대신 움직일 수 없다. 결국 네트워크가 이 자산을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둘지, 프로토콜 차원의 보호 장치를 둘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위험을 감수할지가 쟁점이 된다.
다중서명도 완전한 안전은 아냐
분석에 따르면 전체 XRP 계정의 약 27%는 이미 ‘양자 안전’으로 분류됐으며, 이들 계정은 약 231억6000만 ‘XRP’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키가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거나, 마스터 키를 비활성화하고 새 RegularKey 또는 SignerList를 사용하는 구조다.
하지만 다중서명 지갑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Vet는 242개의 다중서명 지갑이 총 366억 ‘XRP’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서명자 다수의 공개키가 이미 온체인에 노출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잡한 지갑 구조라도 키 관리가 느슨하면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석을 당장 가격 재료로 보진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XRP’의 기술적 신뢰성과 네트워크 설계 논쟁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시세는 1.3758달러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