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오늘밤 뉴욕증시 상장… 시총 80억 달러로 데뷔

| 한재호 기자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인 서클(Circle)이 2025년 6월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티커 심볼은 ‘CRCL’로, 공모가는 주당 31달러로 최종 확정되며 약 10억 5천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정된 완전희석 기준 시가총액은 약 8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상장은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의 경계를 허무는 주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본격화된 제도권 진입 흐름 속에서, 스테이블코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통 IPO 방식으로 대형 거래소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IPO 선택 배경, SPAC 실패 후 전통 공모로 전환

서클은 당초 2021년 Concord Acquisition과의 SPAC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불확실성과 규제 문제로 2022년 최종 무산됐다. 이후 2024년 SEC에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며 IPO를 준비했고, J.P.모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대형 증권사가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공모가는 초기 희망 범위(24~26달러)를 넘어선 31달러로 확정됐으며, 총 3,400만 주를 발행(신주+구주 매출 포함)해 투자자 수요가 예상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상장이 아닌 IPO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서클 측은 “자금 조달과 안정적 수요 관리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수혜로 수익성 증명…2024년 매출 16.8억 달러

서클의 실적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운용을 통한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매출은 16.8억 달러, 순이익은 1억5,700만 달러로 집계됐으며, 조정 EBITDA는 약 2억8,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2025년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6,480만 달러에 달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단, USDC 유통·관리 비용 증가로 이익률은 다소 하락세다. 서클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토큰화 자산, 기관 대상 금융서비스, 블록체인 개발 플랫폼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골드만삭스·블랙록·피델리티 등 월가 대형사 참여

서클은 창업 이후 골드만삭스, IDG캐피탈, 비트메인, 블랙록 등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해왔다. 특히 블랙록은 USDC 준비자산 운용 파트너이자 이번 IPO에서도 공모주의 10%가량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돼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주요 유통 파트너로는 코인베이스가 있으며, 비자·머니그램 등 글로벌 결제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스테이블코인 법안 기대감…SEC와의 과거 이슈는 부담

2025년 현재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연방 법안을 논의 중이며, 준비자산 운용 투명성과 자금세탁방지 요건 등을 포함한 균형된 규제가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암호화폐 기조와 SEC의 완화된 감독 기조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서클은 SEC로부터 암호화폐 수익상품 관련 조사 대상이 된 적 있으며,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당시 USDC 페깅 붕괴 경험도 있어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제도권 편입 상징

서클의 상장은 암호화폐 산업에 신뢰 회복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USDC는 2025년 기준 약 610억 달러가 유통되며 테더(USDT)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잡았다. 상장을 통해 공개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서클은 분기 실적공시, 감사 등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갖추게 되며, 이는 기관 투자자 신뢰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핀테크 산업에서도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USDC가 전자상거래, 크로스보더 결제, 디파이 등 실물 금융 인프라에 폭넓게 사용되면서, 은행·핀테크 기업들의 통합 시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도화 시대의 시작…서클의 IPO는 암호화폐 산업의 분기점

서클의 IPO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이 단순 거래 도구에서 벗어나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암호화폐의 신뢰성·투명성이 주류 금융의 요구 수준에 맞춰지는 흐름이 본격화된 것이다. 향후 서클의 행보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제도화 속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