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닷컴, 블록체인의 분산 구조 원리와 한계 재조명…비잔틴 장군 문제까지 분석

| 이도현 기자

크립토닷컴(Crypto.com)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의 탄생 배경과 근간이 되는 분산 시스템, 합의 메커니즘 및 비잔틴 장군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탈중앙화된 미래를 가능케 하는 이 기술의 핵심 원리를 재조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신뢰 없는 환경에서도 일관된 합의와 거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분산형 시스템으로 진화해 왔다.

블록체인은 ‘불변성’, ‘투명성’, ‘탈중앙화’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한다. 불변성은 한 번 기록된 거래가 수정될 수 없음을, 투명성은 누구나 거래 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개성을, 탈중앙화는 시스템 운영자가 단독으로 조작하거나 장악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징은 블록체인이 기존 중앙 집중형 금융 모델에 비해 독립적이며 범용적인 신뢰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보고서는 특히 분산 시스템의 특성 중 '동시성', '글로벌 시계의 부재', '독립 실패' 등을 주목했다. 네트워크 내 각 노드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통일된 정보에 접근할 수 없고, 각 노드는 서로의 시간과 상태에 대해 제한적인 정보만을 갖기 때문에, 효과적인 합의를 위해 복잡한 통신 프로토콜이 요구된다. 이러한 특징은 블록체인이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분산 시스템 이론에 기반해 설계된 고급 컴퓨팅 환경임을 보여준다.

크립토닷컴 리서치는 이 같은 분산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 중 하나로 ‘비잔틴 장군 문제’의 해결을 들었다. 이 문제는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여러 주체들이 통신 장애나 배신자가 존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공동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규정한 고전적인 합의 모델로, 블록체인은 이를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극복하는 메커니즘이라 평가된다. 즉, 모든 노드는 독립적으로 정보를 검증하고 블록이라는 공통의 합의 구조를 기반으로 동일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시스템 전체의 일관성을 확보한다.

비잔틴 장군들이 서로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격은 실패하듯,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노드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블록은 확정되지 않는다. 이 과정은 ‘합의 메커니즘’이라는 프로토콜을 통해 구현되며, 각각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해당 메커니즘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탈중앙성과 보안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 발간된 보고서에서는 해당 개념을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분석했다.

이와 함께 크립토닷컴 보고서는 블록체인 대안 기술로 주목받는 DAG(Directed Acyclic Graphs), 블록 격자 구조, 넓은 개념의 ‘분산 원장 기술(DLT)’도 언급했다. 이들은 블록체인과 유사하게 분산합의의 원칙을 따르지만, 기술적 구조는 상이하며 거래 효율성 또는 확장성에서 유리한 대안을 제시한다. 블록체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이후, 다양한 설계방식이 등장했지만 모두가 동일한 기술 범주에 속하지 않음을 보고서는 강조했다.

결국, 블록체인은 단지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형태가 아니라, 반(反)중앙화와 신뢰 없는 시스템 하에서의 합의를 통해 확보되는 ‘거래의 진실성’이라는 거대한 기술‧사회적 실험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향후 금융은 물론 거버넌스, 의료, 공급망 등 비금융 분야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암호화된 분산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신뢰성과 자동화된 합의 구조는 기존의 중앙 보안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단발성 유행이 아닌 장기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