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작에서 필수품으로...로봇청소기·디지털 화폐, 과거가 만든 혁신

| 김민준 기자

기술력이 오늘만큼 발전하지 않았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미래를 꿈꾸던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등장했지만 대부분은 ‘시기상조’ 혹은 ‘실패작’으로 남았다. 지나치게 낯설거나, 비쌌거나, 혹은 단순히 쓰기 불편했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기술의 실험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혁신의 씨앗이 되었다.

당시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인공지능 로봇부터 디지털 화폐까지, 오늘날 첨단 기술로 자리 잡은 것들이 오히려 비웃음을 산 사례가 많았다. 예컨대 사람의 정서를 모방하는 데 실패한 로봇 애완동물, 가구에 고꾸라지는 무선 청소기, 이해할 수 없는 디지털 자산 등이 그 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2001년 출시된 ‘일렉트로룩스 트릴로바이트(Electrolux Trilobite)’다. 세계 최초의 상용 로봇청소기로,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고 자동으로 충전 도크로 복귀하는 기능을 갖췄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능*이었지만, 구석 청소는 서툴고 문턱을 넘지 못해 자주 멈춰섰다. 여기에 가격은 1,850달러(약 2,572만 원)로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이처럼 실패로 평가받았던 초기 기술들은 이후 더 똑똑하고 저렴한 제품으로 재탄생하며 시장의 중심에 섰다. 로봇청소기만 해도, 오늘날은 수백만 가구에 보급되어 있는 생활 필수품이 됐고, AI와 자율주행 기술이 더해지며 스마트홈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미완성에 그쳤던 아이디어들이 시간이 흐르며 대중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는 지금, 지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기술 또한 머지않아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