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XO 2025에서 제기된 한국 시장의 과제에 대한 해답이 데이터로 제시됐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이 중앙화 거래소 중심의 투자 행태를 넘어서 이더리움(ETH), 베이스(Base), 솔라나(SOL) 등 온체인 생태계 전반으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6월 토큰포스트와 코인리더스가 공동 주최한 ‘IXO 2025’ 행사에서 제기된 중요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된 분석으로, 단순 거래량 통계를 넘어 한국 사용자의 실질적 온체인 참여와 전략적 행태를 체계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번 분석을 위해 약 8만 개의 한국인 지갑을 직접 수집해 이더리움, 베이스, 솔라나 생태계에서의 활동 패턴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각 체인에서 한국 사용자의 접근 방식은 전혀 상이하게 나타났다. 이더리움에서는 고액 자산 보유자의 안정적 활동이 눈에 띄었고, 베이스에서는 실용적인 디앱 사용을 중심으로 점진적 참여 증가가 나타났다. 반면 솔라나는 활동량은 가장 많았지만 단기 이슈 위주의 트레이딩 중심 구조로 피로감과 이탈 현상이 나타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사이에 트랜잭션 활동이 집중됐으며, 특히 솔라나 사용자들은 자정부터 오전 8시 사이 새벽 시간대에 트랜잭션이 활발했다. 이에 대해 타이거리서치는 글로벌 마켓 이벤트가 북미 시간대에 집중됨에 따라 한국 사용자들이 이를 맞추기 위해 시차를 감내한 적극적인 참여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한국 사용자가 지역적 한계를 넘고 글로벌 생태계와 실시간으로 호흡하려는 높은 적응력의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지갑 보유 자산 규모에서도 차별화된 양상이 감지된다. 이더리움에서는 고래와 상어 등 고액 보유 지갑 비중이 높아 전체 자산 규모가 약 4억 달러에 달했다. 백만 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래 지갑만 116개로, 이들의 평균 잔액은 무려 250만 달러였다. 반면, 솔라나에서는 '새우'(100달러 미만) 등급의 지갑이 전체의 99.9%를 차지하며 평균 보유액은 30달러에 불과했지만 소수의 고래들이 8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해 자산 분포의 양극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베이스는 이들 사이 중도적 성향이 나타나는 체인으로 분류됐다.
사용자 활동 추이를 보면,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트랜잭션이 관찰됐다. 반면, 베이스와 솔라나는 시장 가격, 밈코인 런칭, NFT 민팅 등 외부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솔라나는 사용자 수는 많지만 반복되는 단기성 참여로 탈진과 이탈이 많았고, 베이스는 사용자 수는 적어도 디앱 중심의 실사용 활동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를 통해 체인별로 사용자 유지 전략이 전혀 다르게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리케이션 사용 현황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솔라나는 SOL 기반 트레이딩 중심으로, 반면 이더리움과 베이스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송금, 토큰 스테이킹, DeFi 예치 등 실사용 목적이 더 뚜렷했다. 특히 카이토(Kaito)의 인포파이 서비스가 베이스 사용자 주요 유입 채널로 급부상하면서, 한국 사용자들이 보상 기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 사용자는 단일한 집단이 아닌 복합적 성향을 지닌 투자자군으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해와 대응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각 체인마다 전략적 접근이 다르며, 단기 이익 중심의 참여와 장기 생태계 기여 중심의 활동이 동시에 존재하는 균형 잡힌 시장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타이거리서치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사용자 증가가 아닌, 체인별 특성과 사용자 행동을 정밀하게 분석한 GTM(Go-To-Market)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미 중심 운영 일정에 대한 수용성, 토큰 기반 인센티브에 대한 민감한 반응, 그리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려는 파트너십적 마인드는 향후 한국 사용자를 핵심 유저 집단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된다. 한국 시장은 고도화된 이해도와 빠른 반응성을 기반으로 한 '복합 사용자 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을 간과할 경우 시장 진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