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의 글로벌 금융 경쟁력과 원화 위상을 높일 전략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E에서 열린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 X 웹 3.0 컨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만드는 새로운 금융질서’라는 기조연설에서 "기축통화국이 아니어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무역결제와 자산결제 효율화는 가능하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질서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의 가치를 1:1로 연동해 안정성을 유지하는 디지털 지급수단"이라며 "기존 전자지급수단과 달리 발행 시점부터 동일 비율의 안전자산이 준비되어야 하고 회계법인의 검증과 투명한 공시를 거쳐야 하며, 언제든 상환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램 가능한 화폐로서 효용성이 높고 한국은행 역시 그 효율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고 중개인 없이 스마트컨트랙트로 자동 거래가 실행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에서 USDC와 같은 규제 준수 스테이블코인이 핵심적인 결제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2022년 일본, 싱가포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모두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마련했고,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MMF(머니마켓펀드) 형태로 준비자산을 맡기며 블록체인 기반 토큰 비즈니스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또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결제와 중개 비용 절감의 효용이 입증되면서 월가의 대형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전 세계 예탁결제기관 등 금융 인프라 기관들도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미국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기존 은행망 중심 지급결제 시스템의 제도적·기술적 제약을 극복하는 지급결제 고도화를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지털 자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국내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혁신은 단순한 결제 효율을 넘어 기존 은행망의 비합리성을 극복하고 조각투자 등 새로운 금융상품 시장을 열 것"이라며고 강조했다. 그는 "토큰화된 MMF의 이자율이 4%를 넘어서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은 편의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매력적인 금융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규제 접근방식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먼저, 해외 스테이블코인, 특히 USDT처럼 국내 유통이 활발한 경우 규제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김 위원은 "국내 중개기관에도 일정 부분 발행 및 손실 책임을 부여하고 해외 발행사에게는 국내 준비금 적립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며 “이미 일본은 이 방식을 통해 제도 안착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가 아닌 자산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에서도 민간통화가 아닌 디지털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미국 중심의 잘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강제 통용력이 없는 만큼 시장 경쟁을 통해 소수의 과점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관련 진입 규제에 대해서는 "은행 중심이냐 빅테크 중심이냐보다 기능별 규제가 중요하다"며 "은행 단독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네이버-두나무와 같이 컨소시엄 모델이 유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발행사에 직접 상환 청구권을 가질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국 OCC의 지침에 따라 국내에도 유사한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직접 상환을 허용하면 토스·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유리하고, 거래소 상환 구조를 유지하면 네이버·두나무 연합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김 위원은 미국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산업 패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은행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지급결제망 구축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이른바 '세컨드 무버' 혁신 역량이 강하다며 "K-POP이 기존 팝 문화를 재해석했듯이 미국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도 한국이 금융과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창의적 재구성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축통화국이 아니어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무역결제 및 자산결제 효율성 제고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자산과 공존하며 한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 X 웹 3.0 컨퍼런스’는 블록체인과 웹3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신뢰사회의 미래상을 조망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공동 주관한다.
전통 금융기관, 블록체인 기업, 학계가 함께 참여해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 DID, RWA(실물자산 토큰화) 등 차세대 인프라의 제도권 편입 전략을 논의하며,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 기반 디지털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 구체적인 비전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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