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진흥주간 2025] “블록체인 기술 차별 안 돼”…기술 중심 블록체인 기본법 촉구

| 하이레 기자

블록체인 산업을 뒷받침할 법적 토대가 여전히 부족한 가운데, 법조계에서 기술 중심의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차앤권 법률사무소의 권오훈 변호사는 4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E에서 열린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 X 웹 3.0 컨퍼런스’에서 ‘규제와 진흥: 블록체인 기술산업을 위한 법제도 설계’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기술 중심의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이 산업 활성화의 출발점”이라며 정부가 명확한 임시 기준과 법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아직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포괄하는 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법 체계는 금융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진흥하거나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법적 구조가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혁신 기술 도입도 어렵고 국가 발전 방향과 엇갈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기술 자체에 명확성을 부여하는 입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금융자산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나 기술 중심의 블록체인 기본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유럽은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금융서비스를 장려하며 DLT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도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를 통해 블록체인 상의 거래가 단순한 수탁이나 전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규제 논의가 ‘자산’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FATF 권고에 따라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채택한 점이나, 기술의 근간인 ‘블록체인’과 ‘분산원장’을 법적 정의에 포함하지 않은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가상자산·STO·RWA 등 모든 새로운 자산의 기초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산업적으로 진흥할 법적 틀이 없다”며 “자산 논의는 기초 기술인 블록체인을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바라보느냐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분산원장, 분산원장 이용 정보, 스마트컨트랙트 등 핵심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야 하며 기술 발전을 촉진할 법적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 시 고려해야 할 여러 입법 방안도 제시했다.

첫 번째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비차별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중앙 시스템 기록만을 허용하는 법령에서 블록체인 기록이 인정될 수 있는지, 서면 등기를 요구하는 민법상 요건을 블록체인 기록이 충족할 수 있는지 등 해석의 공백이 있다”며 “블록체인 기본법이 블록체인 기록의 서면 인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비차별 원칙을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신뢰성과 결점 없는 블록체인의 요건을 법적으로 정의해야 한다”며 “모든 블록체인을 동일하게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공통 신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마트컨트랙트와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대부분의 계약은 형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이용한 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며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한 계약은 그 자체만으로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논의된 ‘메타버스 기본법’의 ‘임시기준 제도’를 블록체인 기본법에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기술의 법 적용 여부가 불분명할 때 정부가 임시 기준을 제시하고 어떤 사업에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 명확히 안내해야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본법은 단순히 기술을 장려하는 법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활용한 행위의 법적 효력을 보장하고 비차별 원칙을 선언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법이어야 한다”며 “이러한 법이 마련되어야 이후 가상자산, 인증, 신원확인 등 다양한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분산원장 정보나 스마트컨트랙트 계약을 ‘서면으로 본다’는 강화된 법적 효력을 명시해야 한다”며 “정부는 불명확한 부분을 정리해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받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 X 웹 3.0 컨퍼런스’는 블록체인과 웹3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신뢰사회의 미래상을 조망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공동 주관한다.

전통 금융기관, 블록체인 기업, 학계가 함께 참여해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 DID, RWA(실물자산 토큰화) 등 차세대 인프라의 제도권 편입 전략을 논의하며,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 기반 디지털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 구체적인 비전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