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서울대 교수 “스테이블코인 규제 핵심 발행인 건전성과 준비자산…은행 중심 논의는 과도”

| 하이레 기자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핵심은 발행인의 건전성과 준비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율”이라며 “이 두 가지만 지켜진다면 발행 주체가 누구인지가 본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논의에 과도하게 치중돼 있다”며 “원칙 중심의 규제로 불확실한 미래에 한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3일 해시드오픈리서치와 해시드가 서울 해시드라운지에서 개최한 세미나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규제 프레임에서 본 스테이블코인의 현실적 쟁점’ 세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규제 흐름을 짚었다. 이 교수는 “2017년 ICO를 금지하면서 발행은 막고 유통은 사실상 방치하는 구조가 됐다”며 “2023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됐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안 등 2차 입법이 준비 중이며 올해 중 법안이 통과돼 다음 단계로 나아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구조의 법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거래의 99%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이뤄진다”면서 “실제 비트코인이 A와 B 사이에서 직접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 장부상 청구권이 이전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핵심이 되는 것”이라며 “내가 맡긴 자산이 그대로 보관돼야 하고, 보관된 수량 범위 내에서만 거래돼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빗썸 오지급 사태를 언급하며 “실제 보유 수량인 175개를 3500배 초과하는 62만개가 오지급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통 금융권은 증권사, 거래소, 예탁결제원이 기능을 분담하며 교차검증이 가능한데 거래소는 보관·중개·자산관리·공시 기능 등을 모두 수행하는 구조라는 점도 짚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구조가 속도와 비용 측면의 장점이 있지만 리스크가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인가 단계에서 철저한 심사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기능적 분리와 상시 검증 체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소수 거래소에 거래량이 집중되는 시장 독점과 ▲자산의 전 생애를 한 기관이 관리하는 기능적 독점 문제가 있는 만큼 산업 정책적 관점에서 기능 분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 제한(15~20%) 정책 추진과 관련해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출발점과 성격을 오해한 것은 같다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통 거래소의 경우, 여러 중개인이 협력하다가 거래소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발생적으로 지분이 분산된 것인데, 정책목표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분을 분산하는 것, 즉 전통 거래소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발행인이 건전해야 하고, 준비자산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야 한다”며 “이 두 축이 지켜지면 ‘스테이블’이라는 핵심 성격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논의는 안정과 혁신 사이의 선택 문제일 뿐”이라며 “이미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모델을 추진할 유인이 충분한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가보지 않은 길이고 미래의 일인 만큼 모든 세부 사항을 규정으로 묶으려 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불확실한 영역일수록 규정 중심이 아니라 원칙 중심 규제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변동 등으로 비난을 우려해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는 접근은 어떤 금융상품도 도입할 수 없게 만든다”며 “문제를 현 세대에서 다뤄야 다음 세대로 책임이 전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올해 2단계 입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업계 역시 활용 사례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사회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