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주식 판 돈 왜 이틀뒤 주나"…토큰화가 만드는 'T+0 혁명'

| 한재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주식 결제·정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전날 부동산 세금을 "핵폭탄"이라고 표현한 데 이어, 이번엔 주식시장 인프라의 구조적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이다. 발언의 무게가 어디까지 미칠지 시장은 가늠 중이지만, 글로벌 맥락에서 보면 이 발언이 건드린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

월가에서는 지금 같은 질문을 놓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 거래 후 정산까지 왜 하루가 걸려야 하는가. 블록체인으로 옮기면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스닥(Nasdaq)과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크립토 거래소와 손을 잡았고, 로빈후드(Robinhood) CEO는 "화물 열차처럼 멈출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의 현실: T+2에서 T+1, 그다음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결제 주기는 T+2다. 오늘 거래가 체결되면 이틀 후에 실제 대금과 주권이 오간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T+1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이 2024년 T+2에서 T+1으로 전환한 것을 뒤따르는 행보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T+1을 넘어 T+0, 즉 실시간 정산을 논하고 있다. 로빈후드 CEO 블라드 테네프는 "24시간 뉴스와 실시간 시장 반응의 시대에 T+1도 여전히 너무 느리다"며 "금요일 체결 거래는 주말을 넘겨 며칠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테네프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하다.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면 된다.

한국이 T+1을 향해 걸음마를 뗄 때, 글로벌 시장은 이미 그 다음 챕터를 쓰고 있다.

GameStop이 바꾼 것, 블록체인이 고칠 것

2021년 1월 게임스탑(GameStop) 사태 당시 로빈후드를 포함한 브로커들은 T+2 결제 시스템 탓에 막대한 담보 요구에 직면했고, 로빈후드는 긴급 자금 3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해야 했다. 매수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플랫폼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거래를 차단당했다. 이 사건은 전통 주식 인프라의 구조적 결함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테네프는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건을 언급하며 토큰화 주식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주식을 온체인 토큰으로 표현하면 근실시간 정산이 가능해 시스템 리스크가 줄고, 청산소와 브로커리지의 압박이 해소돼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도 게임스탑 같은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동 전쟁 확산 우려로 지난 3월 3~4일 이틀 사이 코스피가 1,000포인트 넘게 증발했을 때, T+2 구조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이틀간 묶어두는 족쇄로 작용했다. 실시간 정산 구조였다면 대응이 달랐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나스닥·NYSE, 크립토 거래소와 동맹 맺다

지난주 나스닥과 ICE(NYSE 모회사)는 각각 크레이켄(Kraken), OKX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126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주식 시장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통 금융과 크립토가 서로를 적으로만 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이들은 경쟁자이자 파트너로서 같은 인프라를 향해 달리고 있다.

나스닥은 블록체인 기반 주식 결제 규칙을 제안하며, 투자자가 거래별로 전통 방식 또는 토큰화 블록체인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구조를 설계 중이다. 첫 토큰 정산 거래는 2026년 3분기 말까지 시작될 수 있다.

로빈후드는 이미 유럽 고객을 대상으로 200개 이상의 미국 주식·ETF 토큰을 출시했으며, 24시간 5일 거래, 수수료 없는 접근, 배당금 지급을 지원하고 있다. 주식 토큰은 아비트럼(Arbitrum) 위에서 발행된다. 코인베이스 역시 2025년 말 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토큰화 주식을 출시했다.

토큰화 주식 시장 가치는 2025년 중반 이후 세 배로 성장했으며, 크레이켄,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 로빈후드 등이 미국 주식의 토큰 버전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현재 전체 플랫폼에 걸쳐 토큰화 주식 시장 규모는 약 20억 달러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SEC의 1월 토큰화 증권 성명서는 토큰화 주식이 기존 '종이' 주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기관들의 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실시간 정산의 약속과 충돌

장밋빛 그림만 있는 건 아니다. 현재 미국 시스템은 T+1 결제 구조로, 이 지연은 브로커와 거래 기관들이 하루 동안 포지션을 정산하고 자금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즉각 결제는 거래가 발생하기 전에 자금을 완전히 사전 조달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관 투자자들은 "아무도 사전 조달을 원하지 않는다"며, 즉각 정산이 표준이 될 경우 거래 기업들은 하루 종일 자금 조달을 준비해야 해 비용이 증가하고 거래 마감 같은 고활동 시간대에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우려는 동일 주식의 여러 토큰 버전이 서로 다른 블록체인이나 플랫폼에 존재할 경우 시장 파편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소유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소매 투자자가 기관보다 먼저 토큰화 시장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한국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개인투자자 자금은 ETF를 중심으로 급격히 유입됐으며, 부동산 거래 절벽 속에서 가계 투자 포트폴리오의 중심이 주식으로 이동했다. 이 대규모 개인 투자자층이 토큰화 주식의 잠재적 첫 번째 수용층이 될 수 있다.

한국 주식 토큰화: 무엇이 가능한가

이 대통령의 주식 정산 발언은 단순한 인프라 개선 요구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맥락을 보면 더 큰 그림이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가계 자산 비중을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공고히 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 세제 혜택과 배당 확대 유도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집중했다.

주식 토큰화는 이 정책 방향의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다. 토큰화가 실현되면 세 가지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첫째, 정산 리스크 해소다. T+0에 근접한 실시간 정산은 게임스탑 사태식 거래 중단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둘째, 24시간 거래다. 미국 장이 열리는 시간에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토큰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현재처럼 새벽에 미국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다음 날 한국 시간에 대응하는 구조가 바뀐다. 셋째, 담보 활용이다. 보유 주식을 토큰으로 변환해 DeFi 플랫폼에서 담보로 활용하면 주식을 팔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과 유사한 구조가 주식 자산에도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의 토큰 증권(ST) 가이드라인은 이미 이 방향을 열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주요 증권사들이 ST 플랫폼을 준비 중인 가운데, 글로벌 흐름과 국내 정책 의지가 맞닿는 지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주목할 글로벌 플레이어들

주식 토큰화 경쟁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플레이어들이다.

로빈후드(HOOD)는 유럽에서 이미 200개 이상 미국 주식 토큰을 운용 중이며, 자체 L2 블록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확장에는 CLARITY Act 입법이 관건이다. 온도 파이낸스(ONDO)는 미국 국채 토큰화에서 주식 토큰화로 영역을 넓히며 500만 달러 이상의 토큰화 주식 잔액을 쌓은 선도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크레이켄은 NYSE 모회사 ICE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관급 토큰화 주식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코인베이스(COIN)는 미국 내 토큰화 주식 서비스를 2025년 말 시작했으며, SEC와의 협력 채널을 활용해 제도권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아비트럼(ARB)은 로빈후드 주식 토큰의 기반 인프라로 채택되며 실물자산 토큰화 L2의 핵심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열어놓은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정산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행정 개선 요구가 아닐 수 있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그리고 주식 인프라 자체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논리의 흐름은 자연스럽다.

미국에서는 나스닥·NYSE·로빈후드·코인베이스가 한 방향을 보고 있다.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고, 정산을 실시간으로 바꾸고, 24시간 시장을 만드는 것. 포춘(Fortune)은 주식 토큰화를 "다음 크립토 빅씽"으로 규정하며, 로빈후드 CEO의 "화물 열차처럼 멈출 수 없다"는 표현을 인용했다.

한국도 이 기차가 지나가는 길 위에 서 있다. T+2에서 T+1으로의 전환을 논하는 지금, 그 다음 목적지를 함께 그려야 할 시점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행정 속도 개선을 넘어 주식 시장 인프라의 근본적 재설계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답이 나오는 방향에 따라 한국 자본시장의 다음 5년이 달라질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