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Web3 기업의 오프램프 딜레마

| 권성민

3월 말이다.

전국의 법인 대표들이 세무사 전화를 붙들고 밤을 새는 시간이다. 매출 정리, 비용 처리, 법인세 신고 마감. 어느 회사나 다 똑같이 바쁜 이 시기에, Web3 스타트업 대표들은 남들과 조금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가수금으로 처리해야 하나."

회사가 번 돈이 대표 개인 계좌를 거쳐 들어왔다. 장부에는 '대표자 단기차입금'으로 올라간다. 법인이 번 수익이, 서류상으로는 대표가 회사에 빌려준 돈이 되는 것이다. 세무사는 매년 같은 말을 한다. "일단 가수금으로 처리하세요." 대표는 매년 같은 찜찜함을 안고 도장을 찍는다.

이것이 2026년 3월, 한국 Web3 기업의 결산 풍경이다.

로드맵은 있다, 그런데 나는 해당이 안 된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했다. 언론은 "드디어 법인 계정이 열린다"고 보도했다. 거래소들은 앞다퉈 법인 전용 서비스를 출시하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다.

그런데 실제로 허용된 범위는 매우 좁다. 비영리법인, 검찰·지자체 등 법집행기관, 가상자산거래소 자체 — 이들이 이미 보유한 가상자산을 '매도'하는 것만 1단계로 허용됐다. 투자 목적의 매수·매도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2단계는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법인에 한해 올해 하반기 중 시범 허용이 논의 중이다. 대부분의 Web3 스타트업이 해당하는 일반 영리법인은 3단계, 즉 가상자산 2단계 입법·외환법 정비·국제 과세 시스템 구축이 모두 선결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오늘 이 순간, 국내에서 Web3 서비스를 운영하는 영리법인은 거래소에 계좌를 열 수 없다.

오프램프란 무엇인가

오프램프(Off-ramp)란 가상자산을 원화·달러 등 법정화폐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개인이 거래소에서 코인을 팔아 출금하는 그 행위가 기업 단위로 일어나는 것이라 보면 된다. 회사가 서비스로 번 ETH나 SOL을 원화로 바꿔 직원 월급을 주고, 세금을 내고, 사무실 임대료를 내는 일련의 과정 전체가 오프램프다.

그렇다면 지금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그래서 대표 통장이 CFO가 된다

온체인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SOL이든 ETH든 TON이든, 프로토콜 수수료·광고 수익·인앱 결제가 매달 기업 지갑으로 쌓인다. 이 자금을 법정화폐로 전환해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법인 계정이 없으니 현실에서는 이렇게 된다.

대표이사 개인 계정으로 오프램핑한다. 개인 계좌로 원화를 받아 회사 계좌로 이체한다. 장부에는 '대표자 가수금' 혹은 '단기차입금'으로 처리된다. 법인이 번 수익이 대표가 회사에 빌려준 돈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매출은 온체인에, 현금은 대표 통장에, 장부는 가수금으로 — 이 구조가 한국 Web3 기업의 일상이다.

모순의 구조 — 진흥하면서 막는다

정부는 한편으로 Web3 산업 진흥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 육성, 디지털자산 허브, 가상자산 ETF 도입 논의까지 나온다. 그런데 그 산업의 기본 재무 흐름을 합법적으로 처리할 인프라는 없다.

번 돈을 회사 계좌에 합법적으로 넣을 수 없는 산업을 진흥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이 구조는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만든다.

첫째, 법적 리스크다. 회사 수익이 개인 계좌를 경유하면 배임·횡령·자금세탁 의심의 소지가 생긴다. 실제로 문제가 없어도 세무조사나 투자자 실사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둘째, 투자 유치 장벽이다. 해외 VC는 실사 과정에서 이 구조를 보는 순간 멈춘다. 정상적인 법인 재무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스케일업의 한계다. 월 수십만 달러의 수익이 모두 대표 개인 명의를 경유한다면 사업이 커질수록 리스크도 비례해서 커진다. 그 끝은 결국 하나다. 싱가포르, 두바이, BVI에 법인을 세우고 오프램프 구조를 해외로 이전한다. 기술도 팀도 한국인인데 수익은 해외에서 법인화된다. 산업 진흥 정책이 결과적으로 산업의 해외 이탈을 가속하는 역설이다.

글로벌은 이미 다른 세계에 있다

해외 Web3 기업들의 오프램프 구조는 전혀 다르다. 솔라나 기반 서비스에서 월 850만 달러, 이더리움 앱에서 2,100만 달러, TON 인앱 결제에서 320만 달러 — 이 수익들이 Coinbase Prime, BVNK, Sygnum Bank 같은 기업용 오프램프를 통해 법인 계좌로 직접 흘러들어간다. 임직원 급여 820만 달러, 세금 460만 달러, 회계 비용 180만 달러가 모두 정상적인 법인 재무로 처리된다. 대표 개인 통장을 경유하는 일은 없다.

3월 결산 시즌에 이들이 하는 고민과 한국 Web3 대표들이 하는 고민은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빨리 바꿔야 하는 이유

로드맵은 있다. 그러나 3단계까지 가야 일반 영리법인이 허용된다. 그 속도를 높여야 한다. 2026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33조 달러로 비자와 마스터카드 합산을 넘어섰다. 기업용 오프램프 시장 규모는 이미 162억 달러다. 이 인프라가 한국을 우회해 자리를 잡으면, 나중에 따라잡는 비용은 지금 제도를 정비하는 비용보다 몇 배 더 크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Web3 기업 대표들은 3월 결산 장부에 '가수금'을 적고 있다.

번 돈을 회사에 못 넣는 나라에서 산업 진흥은 구호에 불과하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