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권, 백악관 스테이블코인 보고서에 정면 반박 — "질문 자체가 틀렸다"

| 권성민

미국 은행 업계가 백악관의 스테이블코인 수익(yield) 관련 연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쟁점은 단순한 수치 해석을 넘어, 미국 스테이블코인 입법의 방향성과 지역 금융 생태계의 미래를 가르는 근본적 프레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백악관 CEA 보고서: "수익 금지해봐야 효과 미미"

지난 4월 8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21쪽 분량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했다. 스테이블코인 수익을 금지하면 은행 대출은 약 21억 달러, 즉 12조 달러 규모 대출 총액의 0.02% 수준 증가에 그친다는 것이다. 지역은행(자산 100억 달러 미만) 몫은 그중 5억 달러에 불과하다.

동시에 금지 조치로 소비자가 포기해야 하는 수익은 약 8억 달러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6.6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 즉 수익 금지의 비용이 혜택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분석의 근거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을 미국채·레포·머니마켓펀드 등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을 이동시켜도 돈이 결국 은행 시스템으로 돌아온다는 "재편(reshuffling)" 논리다. 현재 은행권이 1조 1,000억 달러 이상의 초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스템 전체 차원에서는 대출 제약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ABA 반격: "틀린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

미국은행협회(ABA)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이 스리나바산과 은행·경제 리서치 부문 부대표 이카이 왕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CEA 보고서는 핵심 리스크를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으로 시작해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요지다.

ABA는 정책의 진짜 쟁점이 '수익 금지가 대출에 미치는 효과'가 아니라 '수익을 허용했을 때 예금 이탈이 가속화되는지 여부'라고 강조한다. 특히 지역은행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은행의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지역 대출이 위축되는 시나리오가 진짜 위협이라는 것이다.

ABA는 결부된 주(州) 단위 분석을 근거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현재 약 3,000억 달러 수준에서 1조~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경우 아이오와주 한 곳에서만 44억~87억 달러의 대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핵심 충돌 지점: 집계 통계 vs. 개별 기관 현실

두 기관의 논쟁은 결국 '시스템 전체'를 볼 것인가, '개별 기관'을 볼 것인가의 프레임 차이로 귀결된다.

백악관은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해도 준비금이 미국채 등을 통해 은행 시스템에 재유입된다는 거시 흐름을 강조한다. 반면 ABA는 그 '재유입'이 예금이 빠져나간 지역은행이 아닌 대형 금융기관이나 머니마켓에 집중된다고 지적한다. 지역은행은 빠진 예금을 메우기 위해 도매 자금 조달에 의존해야 하고, 이는 조달비용 상승 → 대출금리 인상 → 중소기업·농가·가계 신용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GENIUS법과 'CLARITY법 허점' 논쟁

이번 논쟁의 배경에는 2025년 7월 발효된 GENIUS법이 있다. GENIUS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직접 이자 지급을 금지하지만, 제3자 플랫폼을 통한 수익 분배에 대해서는 명시적 금지 조항이 없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코인베이스의 USDC 리워드가 대표적 사례다. 준비금 수익을 이용자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고금리 예금계좌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ABA는 이 구조가 사실상 수익 금지 취지를 무력화한다고 주장하며, 현재 논의 중인 CLARITY법 개정안이 이 채널을 명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DIC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GENIUS법 이행을 위한 규정안을 제안하며,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예금보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도록 예금보험 규정을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더 깊은 질문: '협의은행(Narrow Bank)' 우려

논쟁의 저변에는 더 근본적인 금융구조 문제가 깔려 있다.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협의은행(narrow bank) 역할을 하며, 전통 신용 중개 기능에서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백악관은 준비금이 미국채 등 초안전 자산에 머무는 한 협의은행 유사 구조가 결제 안전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ABA는 의회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같은 이유로 승인하기를 꺼렸던 전례를 들며, 커뮤니티 뱅킹 기능 보전 없이 이 모델을 용인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80% 이상이 이미 역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발행사의 미국채 보유 규모는 일부 국가 정부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이번 논쟁의 맥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수익 논쟁이 미국의 국채 수요와 재정비용이라는 지정학적 변수와도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

이 논쟁은 단순한 미국 내부의 정책 다툼이 아니다.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토큰증권 시장 형성을 앞두고 유사한 정책 선택에 직면해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에 머물러야 하는가, 아니면 '수익형 금융상품'으로 진화를 허용해야 하는가 — 이 질문에 대한 미국의 답이 한국 입법 방향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 지역 신협·저축은행 등 서민 금융기관의 예금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ABA의 논리는, 한국의 지방은행과 상호금융 생태계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시나리오다. 규제 당국이 이번 미국 내부 논쟁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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