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IPO가 잇따르는 가운데, 상장 거래소들의 기업가치가 단순한 실적보다 비트코인(BTC) 가격 흐름에 더 크게 연동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의 로렌스 프라우센(Laurens Fraussen)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인베이스, 불리시, 제미니, 크라켄을 비교한 결과, 규제권 거래소 주식이 독립적인 사업체라기보다 ‘레버리지 비트코인’ 대리 수단처럼 거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분석은 2021년부터 2026년 4월까지의 현물 시장점유율, 2025년 연간 거래량과 수익, 2026년 4월 기준 BTC-USD 스프레드와 오더북 깊이, 그리고 2025년 9월 이후 주가와 비트코인(BTC) 간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규제권 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잇달아 IPO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은 처음으로 이들 기업을 동일 기준에서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코인베이스의 시장 지배력 약화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의 현물 거래량 점유율은 2021년 63%에서 2026년 1분기 37.27%로 낮아졌다. 반면 불리시는 같은 기간 35.85%까지 올라 코인베이스를 거의 추격했다. 크라켄은 24.85%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고, 제미니는 3.39%에서 2.02%로 하락하며 존재감이 더 약해졌다.
절대 거래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코인베이스가 앞선다. 2025년 현물 거래량은 코인베이스가 1조1,60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불리시가 6,360억 달러, 크라켄이 4,870억 달러, 제미니가 1,06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거래량이 곧바로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코인베이스는 이 거래량을 71억8,000만 달러의 연간 수익으로 전환한 반면, 불리시는 2억8,850만 달러의 조정 수익에 그쳤다. 제미니는 거래량 규모는 작았지만 1억7,9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카드와 서비스 상품 등 비현물 사업 비중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차이는 현재 시장이 거래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서도 드러난다. 주가매출비율(P/S) 기준으로 불리시는 2025년 매출의 22.56배에 거래돼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받았다. 코인베이스는 7.29배, 제미니는 3.15배였다. 통상 매출 규모나 수익성이 우수한 기업에 높은 배수가 부여되지만, 이번 사례는 정반대에 가깝다. 시장은 불리시가 현재의 대규모 거래량을 향후 더 높은 수익화 구조로 연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유동성 지표는 불리시의 강점을 뒷받침한다. 2026년 4월 BTC-USD 매수·매도 스프레드 비교에서 불리시는 네 거래소 가운데 가장 촘촘한 호가를 유지했다. 코인베이스가 그 뒤를 이었고, 크라켄은 중간 수준, 제미니는 가장 넓고 변동성도 큰 스프레드를 보였다. 이는 불리시가 기관과 마켓메이커 중심의 거래 흐름을 바탕으로 체결 품질을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촘촘한 스프레드는 곧 낮은 마진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대로 코인베이스는 소매 투자자와 고수수료 상품 비중이 높아 거래량 대비 수익화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구조를 갖췄다.
오더북 깊이에서도 코인베이스와 불리시의 경쟁 구도가 확인된다. 코인베이스는 2024~2025년 사이클 동안 1% 기준 BTC 오더북 평균 깊이를 4,000만 달러 이상 유지하며 안정적인 유동성을 제공했다. 불리시 역시 2023년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유동성을 끌어올리며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크라켄과 제미니는 각각 2,000만 달러 안팎 또는 그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거래소 주식을 사는 핵심 이유는 사업 경쟁력보다 비트코인(BTC) 가격 노출이라는 점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2025년 9월 1일부터 2026년 4월까지 주가와 BTC의 상관계수는 코인베이스 0.9707, 제미니 0.9331, 불리시 0.8726으로 집계됐다. 세 종목 모두 비트코인(BTC)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의미다. 특히 하락 구간에서는 비트코인보다 낙폭이 더 커지는 경향도 확인돼, 거래소 주식이 사실상 ‘레버리지 비트코인’ 익스포저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상장 상태인 크라켄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업공개(IPO) 기대가 반영된 비공개 밸류에이션은 2025년 9월 150억 달러에서 11월 200억 달러까지 올랐지만, 2026년 4월에는 133억 달러로 다시 내려왔다. 거래소 자체의 사업 실적보다 비트코인(BTC) 시장 사이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결국 규제권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IPO 러시는 투자자에게 새로운 비교 대상을 제공했지만, 시장은 아직 이들 기업을 전통적 의미의 주식처럼 평가하지 않고 있다. 거래량, 시장점유율, 유동성, 수익화 구조는 분명 차별화 요소이지만, 주가의 방향성은 여전히 비트코인(BTC)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의 로렌스 프라우센(Laurens Fraussen)은 현재 상장 거래소 주식이 운영 성과에 대한 투자라기보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확신을 반영하는 자산에 가깝다고 봤다. ‘코멘트’ 시장이 거래소를 독립 기업으로 재평가하기 전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주식과 비트코인(BTC) 투자의 경계는 당분간 흐릿하게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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