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행권 업계 인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향을 두고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미래 결제 인프라와 산업 확장성, 규제 현실론, 지역경제 활용 가능성까지 폭넓은 논의가 이어졌다.
12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6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동향과 한국 디지털 경제의 기회’ 세미나에서는 ‘금융혁신과 디지털 자산 정책 라운드테이블’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경기대 명예교수)이 좌장을 맡았으며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유재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 ▲성기철 금융위원회 관계자(전 경기도 경제기획관)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 ▲최수혁 전 한국웹3블록체인협회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2017년 기회 놓친 한국, 이제라도 입법 서둘러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2017년 디지털 자산 입법 기회를 놓친 만큼, 이제는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체계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처음 농협에 갔을 당시 빗썸과 코인원의 실명계좌를 확인하는 일을 했지만 법무부가 '사기'라고 규정해 추진하지 못했었다"며 "이후 총리실이 해당 사안을 TF로 다루다가 나중에 금융위로 넘겨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당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조금 더 빨리 기본법이 진행됐더라면 산업이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외됐다면서 지방선거 이후에나 기본법이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의 코인을 많이 이용하면서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있고, 빗썸, 코인원,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도 국내 코인은 잘 상장하지 않고 외국 코인을 더 많이 상장시키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이어 "금융이 느린 일본도 기본법을 만들고 엔화 스테이블코인 법까지 만들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굉장히 뒤처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중앙은행, 감독 당국의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러티브 아닌 미래지향적 규제 설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을 지낸 유재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미래 결제 지형을 고려한 디지털 자산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국경 간 거래를 위한 체인 간 상호운용 ▲스테이블코인·STO·RWA를 아우르는 통합 결제 구조 ▲블록체인과 기존 금융 시스템의 연결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유 전 사장은 "규제 논의가 스테이블코인 설계와 발행사, 거래소에 집중되고 있는데, 미래 결제 시스템에 대한 비전 없이 1·2차 시스템 관련 논의에만 매몰된다면 또다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통화주권이나 해외 유출 우려 같은 내러티브에 치중한 규제 설계는 경제적 효율, 글로벌 표준에서 동떨어진, 치우친 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사장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지급결제라는 큰 틀 안에서 산업을 규정하고 상품을 설계할 때 글로벌 선진 시장과 빠르게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지역화폐부터 국가 예산까지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례 충분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 출신인 성기철 전 경기도 경제기획관은 국가가 책임지고 인허가를 강하게 관리하는 한국 규제 체계의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전 경제기획관은 "영미법 체계는 제도가 비교적 느슨한 대신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제도가 발달해 있어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조심하게 되는 환경"이라며 "자유롭게 시장을 열어두다가도 적절한 시점에 자연스럽게 법체계가 들어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륙법 체계인 우리나라는 진입 규정을 엄격하게 두고 시장 건전성을 관리하기 때문에 과태료나 징벌적 접근, 집단소송 등이 덜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 도입이 어려운 것"이라며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당연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관련해 은행 비중이 IT 기업보다 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래야 현실적으로 제도 도입이 쉽다"며 당국 입장에서는 관리가 쉬운 은행이 대주주가 되면 규제 이행이나 제도 운영 측면에서 받아들이기가 더 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전 경제기획관은 "우선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런 구조로 시작한 뒤 안정적으로 돌아가면 점차 기준을 완화해 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준비금 관련 유동성 규제 역시 처음에는 100%, 120%, 150%처럼 보수적으로 시작한 뒤 실제 운영 결과를 보며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행정적 활용 가능성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논쟁에 머물기보다 반도체나 금융산업처럼 일단 시작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행정의 핵심은 연 720조원의 예산을 효율적이고 문제없이 집행하는 것인데 현재는 집행 절차가 복잡하고 행정비용이 매우 크다며 "프로그래머블 특성을 가진 스테이블코인이 예산 집행과 전달 체계를 획기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우리나라에 지역화폐 제도가 있고 정부가 10% 안팎의 인센티브 주는 구조라면서 "이를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전환하면 매우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잘 돌아간다면 국가 예산 집행 자체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수 있다"며 "행정비용과 전달 체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산업, 포용력 있어야 혁신 기회 열린다
최수혁 전 한국웹3블록체인협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금융 산업으로 인식하면서, 적절한 관리 방안과 함께 효과적인 산업 육성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협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규제 측면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파이를 더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관리 체계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포용력이 없으면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은행이 혁신한 것이지, 은행이 스스로 혁신한 적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현성 총재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여러 개의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더라도 결국 시장 원리에 따라 적정 수준으로 정리될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발행사 수를 제한하면 확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활용 사례와 관련해서도 "예를 들어 BTS 공연 티켓 구매에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붙이면 단숨에 2억 개 규모의 계정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지역화폐형 스테이블코인, 특화된 스테이블코인 역시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방은행에도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기회
변미경 광주은행 부행장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와 신뢰 영역에 연결되는 만큼 소비자 보호, KYC, AML, 준비금 자산 관리가 중요하다"며 "초기에는 은행권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발행하고, 시장과 제도가 안착한 이후 비금융권으로 빠르게 확대하는 방향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은행과 비은행이 각각 따로 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은행은 신뢰와 안정성을 갖고 있고, 핀테크 기업은 기술 혁신과 사용자 경험, 빠른 실행 속도라는 강점이 있는 만큼 두 부문의 기업들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신뢰와 혁신을 같이 만들어가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58년 역사의 지방은행인 광주은행 역시 디지털 자산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약 8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도 운영 중이다. 변 부행장은 분절된 지역 경제, 인구 소멸 및 자금 역외 유출 상황에서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중소기업들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면서 "은행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B2B 무역결제 등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자산 유치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행도 지역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는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이강일·민병덕 의원과 ‘상생과 통일포럼’이 주최하고 디지털융합산업협회(DCIA)·한국웹3블록체인협회(KWBA)·디지털통화거버넌스그룹(DCGG)이 공동 주관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코인원·코빗도 행사 후원에 참여하며 정책 논의에 힘을 보탰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제도 정비와 산업 육성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 정책·산업·시장 관점에서 함께 점검하는 자리로, 발행사·거래소·커스터디·금융권·정책 관계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만큼 국내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세미나는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이강일·민병덕 의원과 ‘상생과 통일포럼’이 주최하고 디지털융합산업협회(DCIA)·한국웹3블록체인협회(KWBA)·디지털통화거버넌스그룹(DCGG)이 공동 주관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코인원·코빗도 행사 후원에 참여하며 정책 논의에 힘을 보탰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제도 정비와 산업 육성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 정책·산업·시장 관점에서 함께 점검하는 자리로, 발행사·거래소·커스터디·금융권·정책 관계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만큼 국내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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