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수탁은 가능하지만 무허가 디파이 운영은 어렵다”는 현실적 가이드부터 AML 재설계와 온체인 데이터 준비 필요성까지 기관 웹3 실무 해답이 한 자리에서 제시됐다.
12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인스티튜셔널 Web3 포럼’에서는 ‘제도권 진입의 실전 Q&A : 온보딩·데이터·규제 삼각편대’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권성민 토큰포스트 의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황숙 사인 한국 대표, 윤현근 인사이트3 CEO, 김태림 법무법인 액시스 대표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금융기관 웹3 진입, 어디까지 가능할까
첫 번째 질문에서는 2026년 현재 기준 국내 금융기관이 실제로 추진 가능한 웹3 사업 범위와 아직 규제상 허용되지 않는 영역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태림 대표변호사는 금융위원회의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2025년 2월 13일)’을 근거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파일럿, 디지털 자산 수탁업 준비, 가상자산 관련 KYC 고도화, 자문·리서치·영업 등은 지금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토큰을 직접 발행하거나 중개기관 없는 디파이 프로토콜을 직접 운영하는 것, 미신고 해외 거래소와 직접 거래하는 것은 향후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기획재정부 등록 의무가 신설됐기 때문에 “현재 VASP를 가지고 있더라도 별도로 기획재정부 등록 의무를 추가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현근 인사이트3 CEO는 한국 규제가 ‘포지티브 규제’ 구조라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시장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적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블록체인상에 어떤 데이터를 올릴 수 있는지 선별하고 그 데이터를 올렸을 때 어떤 리스크가 발생하는지 판별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며 “그 데이터는 이후 시장이 열렸을 때 다른 사업 기회와 영향력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황숙 사인 한국 대표는 “신기술은 정부가 먼저 앞장서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정부와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은 계속 개발해가면서도 결국 제도화·입법화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발을 맞춰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 된다고 하는 위법적 영역까지 혁신이라는 이유로 굳이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무엇이 달라질까
두 번째 질문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될 경우 실무적으로 가장 먼저 달라질 부분에 대한 내용이었다.
황숙 대표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개인정보 관리 체계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인은 디지털 화폐뿐 아니라 디지털 아이디, RWA 시장 관련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디지털 아이디 영역에서는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관리·감독·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꼭 필요한 정보만 온체인화하거나 데이터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현근 CEO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다가 규제 불확실성으로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기본법을 기다렸다. 기본법에서 규제 명확화가 되면 한국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았는데 입법 지연으로 기회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들은 사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증빙과 내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보다 그 구조를 증빙하고 보관하며 설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김태림 대표변호사는 “조심스럽지만 AML과 KYC를 재설계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통 금융권의 KYC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지갑 클러스터링, 온체인 이동 패턴, 외국 VASP 위험도 분류 등을 세분화해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환거래법상 자료중계집중교환기관 간 전산망 연결 요건에 대해서도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제도 정비를 기다릴 것인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
세 번째 질문에서는 규제가 완전히 정비되기 전부터 시장 참여 준비에 나서야 하는지, 아니면 법과 제도가 확정된 이후 움직이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패널들의 견해가 오갔다.
황숙 대표는 미국의 ‘클래리티 법안’을 언급하며 “미국은 거래소·지갑·서비스 기업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 구조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안이 나온 뒤 개정안과 발전된 버전이 이어지는 흐름을 한국 정부도 보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현근 CEO는 “블록체인의 기본 정신 자체가 일단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은 선제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따라가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법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경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많다”며 “한국도 먼저 시도하고 이후 법제화가 따라오는 구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림 대표변호사는 “제도가 완성된 이후에 시작하면 그 팀은 십중팔구 시장을 가져갈 수 없다”며 “결국 제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촘촘하게 준비하는 팀만이 앞으로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규제당국 역시 어떻게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산업을 살릴지 고민이 많다”며 “업계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 움직일 결정적 요인 뭘까
마지막 주요 토론에서는 기관과 기업이 실제 웹3 도입을 결정하게 되는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데이터·규제·경쟁 환경 가운데 어떤 요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가 논의됐다.
윤현근 CEO는 “한국 기업은 솔직히 데이터가 나온 뒤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록이 200억달러 규모 비트코인 ETF를 운용한다거나, 다른 나라에서 CBDC가 먼저 발행된다거나 하는 데이터가 나온 이후 움직인다”며 “이상적으로는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가는 세대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황숙 대표는 제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개인 중심의 매스어답션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부와 제도 기반의 탑다운 방식이 훨씬 빠르게 시장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프로젝트나 시중은행 참여 사례처럼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산업 전체가 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림 대표변호사는 규제 현실을 고려해 “내년 안에 실제 웹3 서비스를 내놓는 기관은 10%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규제 상황이 매우 엄격하고, C레벨 의사결정 과정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하지만 결국 그 10%가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권성민 토큰포스트 의장은 “제도는 시장의 경계를 정하고, 데이터는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을 설득하며, 온보딩 체계는 실제 실행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제도가 열린 이후 움직이려는 기관보다, 제도 변화 이전부터 데이터와 내부 통제, 실행 구조를 준비해온 기관이 시장 선점 기회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스티튜셔널 웹3 포럼은 토큰포스트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KORFIN), 오픈블록체인인공지능협회(OBDIA)가 공동 주최하고, 빗썸·코인원·코빗이 공식 후원한 행사다. 금융기관 및 기관 투자자를 위한 웹3 인베스트먼트 인사이트 공유 및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로, 국내 시중은행·증권사·보험사·핀테크·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 약 100명이 사전 초청 형태로 참석했다.
웹3에 대한 관심과 비전을 가진 국내 기관이 한 자리에 모여 스테이블코인·커스터디·온체인 금융 인프라 등 제도권 금융과 맞닿은 핵심 의제를 다루며 국내 웹3 산업의 실질적인 흐름과 동력을 만들어가는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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