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자금 이동이 에테나(Ethena)발 위기로 읽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디파이(DeFi) 시장의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에테나의 sUSDe 공급량이 최근 90일간 고점 대비 약 49% 감소했음에도 시장 전체 TVL은 오히려 늘었고, 자금은 USYC와 sUSDS 같은 대안 자산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한 자본 유출이 아니라 수익률 중심의 투자에서 담보 활용성, 기반자산의 안정성, 제도권 친화성으로 기준이 이동하는 구조 변화라는 해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익형 스테이블코인(Yield Bearing Stablecoin)은 달러 가치에 연동되면서도 보유만으로 이자가 발생하는 구조를 가진 자산이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이 현금성 결제 수단에 가깝다면,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은 예금이나 단기 채권형 상품에 더 가깝다. 이 가운데 한때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했던 sUSDe는 최근 공급량이 약 18억달러 줄어들며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같은 기간 시장 전체 규모는 줄지 않았고, 써클의 미국 국채 기반 스테이블코인 USYC와 스카이의 혼합형 스테이블코인 sUSDS로 각각 14억달러, 12억달러가 유입됐다.
이 같은 흐름은 수익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30일 기준 APY는 USYC가 약 3%, sUSDS가 약 3.6%인 반면 sUSDe는 약 4%로 더 높다. 그럼에도 자금이 이동한 것은 더 이상 APY가 핵심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자산 선택의 축이 ‘얼마나 높은 수익을 주는가’에서 ‘누가 쓸 수 있는가’, ‘어떤 자산이 뒷받침하는가’로 이동했다고 짚었다.
먼저 USDe와 USYC의 차이는 이용자층에서 갈린다. USDe는 리테일과 기관 모두 수익성에 주목해 접근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 USYC는 애초부터 기관 활용성에 맞춰 설계됐다. 최소 매수 금액이 10만달러에 달하고 적격투자자 중심으로 열려 있으며, 2025년 7월 바이낸스가 기관용 파생상품 담보로 채택한 이후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 특히 BNB체인에서만 25억4000만달러 규모가 발행됐다는 점은, 기관이 단순 수익보다 담보와 결제, 리저브 기능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저브 자산의 성격도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sUSDe는 크립토 자산을 담보로 잡고 무기한 선물 숏 포지션으로 가격 변동을 상쇄하는 ‘델타 뉴트럴’ 구조다. 따라서 수익은 선물시장 펀딩비에 연동된다. 실제로 2024년 강세장에서는 sUSDe APY가 47%를 넘겼지만, 횡보장에 들어서면서 3%대로 급락했다. 반면 USDS는 미국 단기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를 기반으로 하며, 실물 금리에 연동돼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2024년 말 9%대였던 APY가 현재 3%대로 하락하는 데 1년 이상 걸렸다는 점은 수익률 예측 가능성 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이런 배경은 신용평가에도 반영됐다. S&P 글로벌은 2025년 8월 스카이 프로토콜에 디파이 프로토콜 최초로 B-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절대적으로 높은 등급은 아니지만, 디파이 자산이 제도권 평가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기관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률보다 수익 구조의 지속 가능성과 설명 가능성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의미다.
현재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대체로 네 갈래로 구분된다. 국채형은 OUSG, sfrxUSD, USYC처럼 미국 단기국채 수익을 온체인으로 옮겨온 구조로, 2026년 5월 기준 평균 APY는 3.1~3.5% 수준이다. 구조가 단순하고 설명이 쉬워 제도권 친화성이 높다. 합성형은 sUSDe처럼 온체인에서 수익원을 비교적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에 민감하다. 신용형은 syrupUSDC, syrupUSDT처럼 대출 이자 기반으로 4% 안팎의 고정 수익을 제공하지만 차입자 신용과 담보 확인이 외부에서 쉽지 않다. 혼합형인 sUSDS는 대출 수수료, 실물자산(RWA) 수익, 준비금 운용, 저축률 등이 결합된 구조로 단일 변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대신 수익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기는 어렵다.
결국 시장은 ‘높은 이자’보다 ‘어디서 나온 이자인가’를 따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같은 4% 수익률이라도 선물시장 펀딩비에서 나오는지, 미국 국채 수익에서 나오는지, 혹은 대출채권에서 나오는지에 따라 위험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최근 자금이 예측 가능한 기반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은 이런 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읽힌다.
주목할 점은 에테나 역시 이런 변화를 이미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테나는 기존 합성형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단기국채를 리저브로 쓰는 USDtb를 내놓았고, 이는 펀딩비 역전 구간에서 USDe 가격과 수익성을 방어하는 완충 장치로 설계됐다. 이어 2026년 4월에는 USDe 담보 구조를 전면 개편해 퍼프 포지션 비중을 전체 담보의 11%까지 낮추고, 스테이블코인 리저브와 디파이 대출, CLO, 투자등급 회사채 펀드, 단기 신용 상품 등을 새 담보 범주에 포함시켰다. 금 기반 델타 뉴트럴 전략의 편입까지 검토 중이라는 점은 단일 수익원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는 sUSDe의 점유율 하락이 곧 에테나의 실패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합성형에서 혼합형으로의 진화 과정에 가깝다. 디파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일 전략이 아니라 다층적 수익 구조와 제도권이 수용할 수 있는 기반자산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더 큰 흐름에서 보면 디파이 시장 역시 변하고 있다. 과거 디파이의 수익 구조가 알트코인 가격 상승, 토큰 인센티브, 레버리지 수요 같은 불안정한 변수에 기대 있었다면, 지금의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 회사채, 대출채권 등 전통금융의 검증된 현금흐름을 온체인으로 옮겨오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탈중앙화의 후퇴가 아니라, 기초 자산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그 위에서 조합 가능한 금융 구조를 확장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실제 사례도 나오고 있다. BUIDL은 이미 USDtb의 담보로 쓰이고 있고, USDtb는 다시 메가이더리움 생태계의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USDm의 리저브로 연결되고 있다. 안정적인 국채형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 인프라가 되면 그 위에 새로운 온체인 머니 레고를 쌓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수익률이 낮아지더라도 안정성과 조합성이 높아질수록 디파이 생태계 전체의 신뢰도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결국 이번 sUSDe 감소세는 특정 프로젝트의 붕괴가 아니라 디파이 시장의 성숙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높은 APY만으로 자금을 끌어들이던 시대에서, 담보 자산의 질과 수익원의 투명성, 기관 채택 가능성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디파이가 이제 이자를 직접 만들어내는 시장에서 전통금융의 이자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이 주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에서 갈릴 전망이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