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EN WATCH] “이더리움은 가장 큰 체인이지만, 아직 느리다” — EthGas, 50ms 서브블록으로 실시간 이더리움을 겨냥하다

| 탐사보도팀

토큰포스트는 국내 주요 원화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기술·사업·커뮤니티 현황을 투자자 눈높이에서 직접 확인하고 있다. 응답한 프로젝트들의 목소리를 순서대로 기록한다. [편집자주]

이더리움은 가장 큰 스마트컨트랙트 생태계다. 가장 오래된 개발자 기반, 가장 깊은 유동성, 가장 강한 탈중앙성 서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약점도 분명하다. 느리다.

거래가 몰리면 사용자는 대기하고, 수수료는 올라가고, 활동은 L2와 다른 L1으로 흩어진다. 이더리움이 가장 신뢰받는 정산 레이어라 해도, 사용자 경험이 느리면 자본과 거래는 더 빠른 곳을 찾아간다.

EthGas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팀은 EthGas를 “이더리움을 100배 빠르게 만들고, 블록스페이스를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만드는 이더리움 스케일링 이니셔티브”라고 설명한다. 핵심은 이더리움의 12초 블록을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50밀리초 수준의 서브블록 시간을 구현해 사실상 실시간에 가까운 실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토큰포스트 ‘TOKEN WATCH KOREA’ 시리즈의 이번 인터뷰로 EthGas 팀을 만났다.

■ 12초 블록을 50ms로 쪼갠다

EthGas가 풀려는 문제는 단순하지만 크다. 이더리움은 크립토에서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지만, 체감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EthGas의 접근은 블록을 더 작은 단위로 쪼개는 것이다. 팀은 이를 통해 이더리움 블록타임을 기존 12초에서 50밀리초 수준의 서브블록으로 분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면 사용자는 하나의 큰 블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대신, 훨씬 더 짧은 간격으로 거래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EthGas 측은 이 구조가 이더리움을 “최대 100배 빠르게” 만들 수 있으며, 50ms 서브블록 기준으로는 솔라나보다도 빠른 체감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표현은 처리량, 최종성, 검증 구조 전체를 비교한 독립 지표라기보다, EthGas가 제시하는 서브블록 시간 기준의 주장으로 보는 것이 맞다.

속도는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다. 거래 실행 속도는 유동성의 위치를 바꾼다. 사용자가 느리다고 느끼면 L2로 가고, 다른 L1으로 간다. 유동성이 흩어지면 앱은 복잡해지고, 자본 효율은 떨어진다. EthGas가 말하는 목표는 이더리움 메인넷 자체의 성능을 끌어올려 경제 활동을 다시 이더리움으로 모으는 것이다.

■ NFT 광풍 이후 보인 문제 — L2는 늘었고, 유동성은 흩어졌다

EthGas의 출발점은 NFT 열풍 이후였다.

공동창업자 케빈은 NFT 붐 이후 L2가 급격히 늘고, 유동성이 여러 체인으로 분산되는 흐름을 봤다. 2023년 1분기 무렵 그는 이더리움의 블록타임을 합성적으로 더 작은 단위로 나누면, 메인넷의 체감 속도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이 EthGas의 출발점이었다.

이 문제의식은 이더리움 생태계의 오래된 딜레마다. 이더리움은 보안을 유지하고 탈중앙성을 지키기 위해 느린 정산 구조를 감수했다. L2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러나 L2가 많아질수록 유동성과 사용자 경험은 다시 파편화됐다.

EthGas는 이 흐름에 다른 답을 제시한다. “더 많은 L2”가 아니라 “더 빠른 이더리움”이다. 말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블록 빌딩 파이프라인 자체를 건드리는 시도인 만큼 난도도 높다. 이 영역은 앱 하나를 빠르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이더리움 거래가 만들어지고 전달되고 블록에 들어가는 구조를 바꾸는 문제다.

■ 모든 이더리움 사용자가 잠재 고객

EthGas의 타깃 사용자는 특정 앱이나 특정 투자자층에 한정되지 않는다. 팀은 “말 그대로 모든 사용자”라고 답했다.

이유는 EthGas가 블록 빌딩 파이프라인을 대체하거나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록 빌더, 릴레이, 검증인 같은 인프라 참여자부터 지갑, RPC 제공자, 최종 사용자까지 모두 EthGas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사업 모델은 B2B2C에 가깝다. EthGas가 지갑이나 인프라 제공자와 통합하면, 최종 사용자는 별도의 학습 없이 점점 더 빠른 이더리움 경험을 체감하게 된다. 사용자가 직접 “EthGas를 사용한다”고 느끼지 않더라도, 거래가 더 빨리 반응하고 블록스페이스가 더 세분화돼 거래된다면 그 변화는 사용자 경험으로 드러난다.

이 점은 인프라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좋은 인프라는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느린 것은 누구나 안다. EthGas가 성공하려면 사용자가 EthGas라는 이름을 외우기보다, “이더리움이 왜 이렇게 빨라졌지?”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 블록스페이스를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EthGas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팀은 이더리움 블록스페이스를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블록스페이스는 블록체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다. 거래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고, 수수료가 발생하는 시장이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가스비를 내고 블록 안에 거래를 넣는 구조였다면, EthGas는 이 블록스페이스를 더 작은 단위로 쪼개고, 더 세밀하게 가격화하며, 거래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려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 개념은 전통 금융의 시장 구조와도 닮아 있다. 시간, 우선순위, 실행 품질, 접근권이 모두 가격을 갖는 시장이 되는 것이다. 케빈이 전통 금융 출신이라는 점도 이 맥락과 맞물린다. 그는 모건스탠리에서 고정수익 파생상품과 금융 혁신 사업을 이끌었고, 12년간 TradFi에서 일했다. EthGas가 블록스페이스를 단순 기술 자원이 아니라 금융 상품처럼 보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 Realtime Blocks — “불가능하다”던 것을 제품으로

EthGas가 지난 12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팀은 “이더리움의 약 5%를 온보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가 검증인, 블록 빌더, 트래픽, 블록스페이스 또는 다른 기준 중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터뷰 답변만으로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기사에서는 EthGas 측이 제시한 채택 지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둘째, 2025년 11월 Realtime Blocks 이니셔티브를 출시했다. EthGas 측은 이 시도를 두고 “이전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더리움 블록을 실시간에 가까운 단위로 재구성해, 사용자와 인프라 참여자가 기존보다 훨씬 빠른 거래 경험을 얻도록 만드는 것이다.

EthGas는 자신들이 “블록스페이스를 거래하고 이더리움을 실시간으로 만드는 기능하는 제품을 가진 유일한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이 표현은 강하다. 그리고 강한 표현일수록 시장 검증이 필요하다. 실제 통합 범위, 사용량, 안정성, 경제적 효과가 공개 지표로 쌓일수록 EthGas의 주장도 더 단단해질 것이다.

■ 경쟁자는 L2가 아니라 ‘느린 이더리움’이다

EthGas는 직접 경쟁자가 없다고 말한다. 같은 방식으로 블록스페이스 거래와 실시간 이더리움 구현을 동시에 제공하는 프로젝트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EthGas의 경쟁 구도는 분명하다. 경쟁자는 특정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라, 지금의 이더리움 확장 경로 전체다. L2, 다른 L1, 인텐트 기반 실행 레이어, 프라이빗 멤풀, MEV 인프라, 블록 빌더 시장이 모두 이더리움의 속도와 실행 품질 문제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다.

EthGas의 차별점은 이더리움 바깥으로 빠지는 대신, 이더리움 내부의 블록 빌딩 구조를 바꾸려는 데 있다. 성공한다면 파급력은 크다. 이더리움 메인넷이 더 빠르게 체감된다면, L2로 흩어진 일부 경제 활동을 다시 메인넷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시도는 매우 어렵다. 이더리움은 단순한 앱체인이 아니다. 세계 최대 스마트컨트랙트 정산 레이어다.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검증 가능성, 보안, 검열 저항성, 경제적 인센티브가 흔들리면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한다. 이더리움은 빠르기만 해서 이긴 체인이 아니다. 믿을 수 있어서 이긴 체인이다. EthGas가 풀어야 할 문제도 바로 이 균형이다.

■ 한국 시장 — TradFi와 크립토를 동시에 이해하는 시장

EthGas는 한국을 명확한 타깃 시장으로 보고 있다.

케빈은 모건스탠리를 포함해 12년간 전통 금융에서 일하며 고정수익 파생상품과 금융 혁신 비즈니스를 이끌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규제기관과 기관투자자 모두와 일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는 한국 시장의 특징은 전통 금융과 크립토를 동시에 이해하는 드문 시장이라는 점이다.

EthGas는 한국에서 인지도와 교육에 상당히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 사례가 ETHCapitalSummit.com이다. EthGas는 이를 아시아의 이더리움 대표 컨퍼런스로 소개하며, ETHDenver나 ETHCC가 개발자 중심 행사인 것과 달리 ETHCapitalSummit은 자본시장과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보험사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더리움 기반 금융 활용 가능성을 다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접근은 한국 시장에 맞다. 한국에서 이더리움 인프라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기술이 빠르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거래소, 핀테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EthGas는 그 언어를 전통 금융에서 빌려오고 있다.

■ 빗썸 상장 — 다음 목표는 업비트와 추가 거래소

국내 거래소와 관련해 EthGas는 이미 빗썸에 상장돼 있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업비트와 다른 거래소 상장도 희망한다고 말했다. 팀은 EthGas를 “이더리움의 가장 핵심적인 스케일링 이니셔티브”라고 표현하며, 한국 시장에서 더 넓은 접근성을 원하고 있다.

다만 상장은 시작일 뿐이다. 인프라 프로젝트의 진짜 가치는 거래소 상장보다 통합에서 나온다. 지갑, RPC, 검증인, 블록 빌더, 릴레이가 실제로 EthGas의 구조를 채택해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도 단순히 토큰 거래량이 아니라, 한국 기관과 인프라 기업이 이더리움 성능 개선과 블록스페이스 시장 구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EthGas가 말하는 성공적인 한국 진입도 이와 비슷하다. 팀은 한국이 금융 인식과 혁신의 최전선에 있다고 평가하며, 더 많은 “딥 이더리움” 이니셔티브를 한국 시장에 가져오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이더리움 생태계에도 도움이 되고, 한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초기 투자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2026년 하반기 로드맵 —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

2026년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마일스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EthGas는 “Stay tuned”라고 답하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과장해서 쓰면 안 된다. 공개되지 않은 로드맵은 기사에서 확정된 계획처럼 다룰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방향을 보면 EthGas의 다음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Realtime Blocks의 확장, 더 많은 이더리움 인프라 참여자의 온보딩, 블록스페이스 거래 시장의 실제 사용량,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 대상 교육과 접근성 확대다.

EthGas가 풀려는 문제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블록스페이스가 상품이 되려면 가격, 유동성, 참여자, 정산 구조가 필요하다. 이 시장이 실제로 열리는지가 EthGas의 다음 시험대다.

■ 가장 큰 도전 — 시장의 관심을 다시 핵심 인프라로 돌리는 것

EthGas가 현재 가장 큰 도전으로 꼽은 것은 기술적 난제가 아니라 시장의 관심 분산이다.

팀은 글로벌 지정학적 환경이 크립토의 핵심 이니셔티브에서 일부 관심을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시장이 규제, 거시경제, 지정학 리스크, 단기 가격 흐름에 흔들리는 사이 이더리움의 핵심 성능 개선 같은 장기 인프라 과제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일리가 있다. 크립토 시장은 늘 화려한 내러티브를 좇는다. AI, 밈, RWA, ETF, 스테이블코인이 돌아가며 관심을 가져간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체급을 바꾸는 것은 인프라다. 속도, 보안, 유동성, 정산, 실행 품질 같은 지루한 단어들이 결국 시장의 바닥을 만든다.

EthGas가 스스로를 “이더리움의 핵심 스케일링 이니셔티브”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더리움이 전통 금융을 대체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인 실행 환경이 필요하다. 느린 금융 인프라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남는다.

■ 한국 투자자에게 전하는 말

EthGas 팀이 한국 투자자와 토큰포스트 독자에게 전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더리움은 가장 큰 체인이며, 점진적으로 전통 금융을 대체할 것입니다. EthGas가 네트워크를 100배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면, 이더리움이 전통 금융을 대체하는 날은 훨씬 더 빨리 올 것입니다.”

이는 꽤 큰 주장이다. 그리고 큰 주장은 큰 검증을 요구한다. 100배 빠른 이더리움, 50ms 서브블록, 블록스페이스 상품화, Realtime Blocks, 이더리움 5% 온보딩. 모두 매력적인 단어지만, 시장은 결국 실제 지표를 본다. 얼마나 많은 인프라 참여자가 붙었는가. 얼마나 많은 거래가 이 경로를 통과하는가. 사용자 경험은 실제로 얼마나 개선됐는가. 보안과 검열 저항성은 유지되는가.

EthGas의 방향은 분명하다. L2로 흩어진 유동성을 이더리움의 성능 개선으로 다시 묶고, 블록스페이스를 더 세밀한 금융 상품처럼 다루겠다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이더리움 확장 논의의 중심축이 일부 바뀔 수 있다. 실패한다면 “빠른 이더리움”이라는 또 하나의 야심 찬 실험으로 남을 것이다.

이더리움은 이미 가장 중요한 체인이다. EthGas의 질문은 그다음이다. 가장 중요한 체인이 가장 빠른 체인까지 될 수 있는가.

TOKEN WATCH KOREA는 국내 상장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실태를 투자자 눈높이에서 직접 확인하는 토큰포스트의 탐사 시리즈입니다. 매주 업데이트됩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