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주식과 원자재,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서 신기록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유동성 압박과 보안 취약성, 시장 집중도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브렌트유 급등과 미국 증시 신고점, 디파이(DeFi) 보안 사고를 함께 짚으며 겉으로 드러난 강세가 구조적 스트레스를 가리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거시 환경의 핵심 변수는 다시 ‘유가’로 이동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달러를 돌파하며 105달러에 근접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4달러 선 위에서 거래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일일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인 만큼, 이 구간의 공급 차질 우려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성장에 동시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됐다.
같은 시기 S&P500(SPX)과 나스닥100(NDQ)은 나란히 신고점을 경신했지만, 상승의 질은 이전보다 취약해졌다는 평가다. 시장 상승을 견인한 축이 경기민감주 전반이 아니라 인공지능(AI), 반도체, 초대형 기술주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이러한 흐름이 지수 강세와 별개로 시장 폭이 좁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하방 압력이 더 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고 봤다.
안전자산인 금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기대만큼 힘을 받지 못했다. 금 가격은 최근 고점 부근에서 되돌림을 보였고, 달러 강세와 ‘더 오래 높은 금리’ 기조가 상단을 눌렀다. 지정학 리스크가 분명 존재하지만, 시장은 이를 금 매수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실질금리 부담으로 먼저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보안 리스크가 다시 중심 이슈로 부상했다. 올해 들어 켈프(Kelp)의 rsETH 익스플로잇을 포함해 누적 피해 규모가 8억 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디파이 생태계가 개별 애플리케이션의 단순 집합이 아니라 서로 맞물린 의존성 체인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컴포저빌리티’는 디파이의 강점이지만, 한 프로토콜의 취약성이 타 프로토콜과 담보 구조, 브리지, 대출 시장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라는 설명이다.
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위조된 크로스체인 메시지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에이브(Aave), 아이겐, 레이어제로(LayerZero) 자체의 프로토콜 결함보다는 켈프 측 보안 설정 문제에 무게를 뒀다. 1-of-1 형태의 단일 검증자 네트워크(DVN) 설정이 실제 소각 없이 11만6500 rsETH의 릴리스를 신뢰했고, 이로 인해 공격자가 유동성을 빼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무위험’에 가깝다고 여겨졌던 이더리움 기반 리스테이킹 자산도 설계와 운영 방식에 따라 대규모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격자는 해킹 약 10시간 전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켈프는 약 46분 뒤 rsETH 컨트랙트를 중단해 추가 시도를 차단했다. 다만 초기 유출을 막기에는 대응 시점이 늦었다. 이 영향은 곧바로 대출 프로토콜 전반으로 확산됐다. 에이브는 당시 손상된 담보와 연계된 2억 달러 이상의 이더리움(ETH) 및 래핑된 이더리움(WETH) 차입 익스포저를 안고 있었고, 이후 여러 체인에서 rsETH 및 관련 담보를 동결했다.
특히 에이브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해킹 피해 여부를 넘어선다. 프로토콜 자체가 뚫린 것은 아니지만, 높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이모드(eMode)를 브리지 기반 리퀴드 리스테이킹 토큰에 적용한 운영 기조가 구조적 리스크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rsETH 담보의 이모드가 93% 수준까지 허용되면서 담보 가치가 급격히 흔들릴 경우 청산 시스템보다 손실 전이가 더 빨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에이브는 ‘해킹당한 프로토콜’이 아니라 유동성 배출 통로로 이용됐고, 이는 디파이의 담보 설계가 가격 안정기 기준으로만 짜여 있을 때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반대로 모르포(Morpho)는 상대적 수혜 사례로 꼽혔다. 격리 마켓 구조 덕분에 익스플로잇 이후 해당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이 제한적으로 유지됐고, 위험이 다른 시장으로 전이되는 속도를 상당 부분 차단했다. 이는 동일한 디파이 환경에서도 리스크를 분산하는 구조 설계의 차이가 손실 규모를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트코인(BTC)은 같은 기간 주식시장과 유사한 매크로 위험선호 회복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스트래티지는 약 25억4000만 달러를 들여 3만4164 BTC를 추가 매입했고, 미국 현물 ETF 자금도 순유입 흐름을 유지했다. 반면 이더리움(ETH)은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나는 구간에서도 상승 탄력이 제한됐고, 지정학 및 유가 헤드라인이 재차 시장을 누르자 빠르게 상승폭을 반납했다. 솔라나(SOL) 역시 이더리움보다는 다소 나은 흐름을 보였지만 뚜렷한 추세 돌파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알트코인과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하이퍼리퀴드 관련 테마도 부각됐다. 21셰어스가 하이퍼리퀴드 ETP에 스테이킹 보상을 추가하면서 하이퍼리퀴드는 탈중앙화거래소 기반 퍼페추얼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다시 조명받았다. 동시에 칼시와 폴리마켓이 퍼페추얼 시장 진입 의사를 드러내며 예측 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의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도 확인됐다. 이는 향후 암호화폐 시장이 단순 토큰 거래를 넘어 이벤트, 거시 변수, 비상장 가치평가까지 24시간 레버리지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 분야에서는 인프라 종속성과 보안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은 앤트로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향후 수년간 컴퓨팅 수요를 사실상 선점하는 계약 구조를 마련했고, 구글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앞세워 칩과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워크플로우를 포괄하는 풀스택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오픈AI 역시 GPT-5.5와 코덱스(Codex)를 통해 단순 챗봇을 넘어 기업 업무 자동화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AI 경쟁은 생산성 향상과 함께 공격 표면 확대, 안전 통제 실패, 일자리 불안 심화라는 역효과도 함께 동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이번 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신고점과 대형 내러티브가 시장의 모든 문제를 덮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 좁아진 증시 리더십, 디파이 담보 구조의 취약성, AI의 양면성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겉으로 보이는 강세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마지막 매수자인지’, 그리고 해당 자산이 구조적 꼬리위험을 얼마나 안고 있는지다.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좋은 뉴스에도 반응하지 못하는 자산은 이미 시장이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표면적 강세보다 대차대조표와 보안 구조, 유동성의 질을 더 면밀히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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