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하이퍼리퀴드(HYPE)를 원화마켓에 올리지 않는 배경은 단순한 자산 검증 문제가 아니라 규제와 평판, 그리고 사업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HYPE가 이미 글로벌 현물·파생 시장에서 충분한 유동성과 거래 수요를 확보한 대형 자산임에도 업비트 입장에서는 상장에 따른 실익보다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리서치에 따르면 HYPE 미상장을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경쟁사 견제’ 해석이 뒤따르지만, 이를 핵심 이유로 단정하기에는 업비트의 현재 위치가 빗썸과 다르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업비트가 이미 국내 1위 사업자인 만큼 신규 거래량 확대보다 금융당국과의 관계, 상장 후 과열 대응, 이용자 보호, 내부 심사 소명 부담, 그리고 대형 기업결합 이슈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HYPE는 상장 명분이 부족한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라 있고 24시간 거래량도 1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크라켄, OKX, 바이낸스US 등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이 현물 거래를 지원하고 있으며, 하이퍼EVM 네트워크 입출금도 제공한다. 이는 HYPE가 글로벌 대형 거래소의 컴플라이언스 검토를 통과하기 어려운 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전통 금융 상품으로의 확장도 확인된다. 비트와이즈는 2026년 5월 하이퍼리퀴드 ETF ‘BHYP’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고 밝혔고, 21쉐어스는 미국에서 하이퍼리퀴드 ETF ‘THYP’와 2배 롱 상품 ‘TXXH’를 내놨다. 유럽에서도 스위스 SIX 거래소에서 관련 ETP가 거래되고 있다. 다만 ‘제도권 상품화’가 곧 국내 상장 부담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미국과 한국의 규제 관심사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증권성이나 미등록 거래소 이슈에 민감하다면, 한국은 거래지원 심사 문서화, 상장 직후 과열, 이상거래 감시, 이용자 보호와 같은 사후 관리 부담이 더 크게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퍼리퀴드 네트워크 자체의 구조도 업비트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이퍼리퀴드는 일반적인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거래 기능을 네트워크 중심에 둔 레이어1 인프라다. Hyper-CORE가 무기한 선물과 현물 오더북을 처리하고 Hyper-EVM이 이를 외부 개발자 생태계와 연결한다. HYPE는 단순한 가격 노출형 알트코인이 아니라 가스 토큰이자 생태계 핵심 자산으로, 거래량과 수수료, 매출, USDC 유동성, Hyper-EVM 사용량과 맞물려 움직인다.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이퍼리퀴드 선물 거래소는 346개 거래 페어를 제공하며 24시간 거래량은 약 85억1000만 달러, 미결제약정은 약 95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집계된다. 디파이라마 기준 30일 수수료는 약 5698만 달러, 30일 매출은 약 5102만 달러, 연환산 매출은 약 6억2200만 달러에 달한다. 무기한 선물 누적 거래량도 4조 달러를 넘어선다. HYPE 토큰의 24시간 거래량 역시 14억 달러를 웃돌며 중앙화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 양쪽에서 고르게 유동성을 형성하고 있다. 결국 업비트가 의심해야 할 것은 ‘거래량이 나올 자산인가’가 아니라, ‘거래량이 나오는 자산인데도 지금 상장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국내 상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빗썸은 2026년 5월 무기한 선물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 프로젝트인 엣지엑스를 원화마켓에 상장했다. 이 사례는 해외 파생 네트워크와 연결된 토큰이라고 해서 국내 거래소 상장이 곧바로 막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업비트와 빗썸의 전략은 다르다. 빗썸이 차별화된 자산 상장을 통해 점유율 확대와 거래량 확보를 노리는 ‘추격자’라면, 업비트는 단독 상장 경쟁이나 논란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굳이 먼저 들여올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여기에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딜이라는 대형 변수도 존재한다. 두나무를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편입하는 거래는 금융감독원 심사, 대주주 변경 승인, 기업결합 심사,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등 복합적인 절차가 동반된다. 이런 시기에는 운영 안정성과 내부통제, 규제 대응 능력이 평소보다 훨씬 엄격하게 평가될 수 있다. 로이터가 보도한 업비트 비정상 출금 이슈 이후 네이버 주가가 흔들린 사례는, 거래소 운영 리스크가 대형 거래의 심리와 해석에 얼마나 민감하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 장면으로 인용된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과태료 처분 이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두나무는 고객확인의무와 거래제한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대규모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전력이 있는 상황에서 업비트가 HYPE 같은 자산을 추가 상장할 경우, 시장과 당국으로부터 ‘왜 지금 이 자산을 굳이 원화마켓에 올렸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쟁사 견제’는 보조 요인으로는 유효하다. 업비트가 바이낸스의 핵심 자산인 바이낸스코인(BNB)을 오랫동안 상장하지 않았다는 점, 바이낸스 글로벌도 HYPE 현물 대신 무기한 선물만 열어 수수료 수요는 흡수하되 경쟁 네트워크의 현물 접근성 확대는 제한했다는 점은 참고 사례가 된다. 다만 업비트가 맨틀(MNT) 같은 거래소 연계성 자산은 상장한 바 있어, 단순히 ‘거래소 관련 토큰이라서 배제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심은 HYPE가 해외 무기한 선물 거래 네트워크의 중심 자산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업비트 원화마켓에 올릴 때 뒤따를 규제와 평판 비용이 더 크다는 데 있다.
결국 이번 분석은 업비트의 HYPE 미상장이 HYPE 자체의 결함을 뜻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다. 오히려 업비트가 향후 HYPE를 상장한다면, 이는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보다 원화 알트 시장의 거래 수요가 그 부담을 감수할 만큼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업비트의 HYPE 상장 시점이야말로 한국 원화마켓에서 리테일 위험선호와 알트코인 거래대금이 실제로 살아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관찰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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