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능보다 접근권이 문제다”…엑시리스트, 앤트로픽 통제 사태로 본 DeAI 수요 확대

| 이도현 기자

최고 성능 AI 모델을 둘러싼 통제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탈중앙화 AI와 프라이버시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앤트로픽의 고성능 모델 ‘Fable 5’와 ‘Mythos 5’ 접근 제한 사태가 단순한 AI 규제 이슈를 넘어, 중앙화 AI의 구조적 취약성과 DeAI 시장의 잠재 수요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안은 6월 9일 앤트로픽(Anthropic)이 클로드 계열 신모델인 Fable 5와 Mythos 5를 공개한 직후 불거졌다. Fable 5는 일반 이용자를 겨냥한 고성능 모델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과학 연구, 장기 작업 수행 능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었다. Mythos 5는 일반 대중이 아닌 보안 담당자와 핵심 인프라 운영자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모델로 설계됐다.

문제는 공개 직후 미국 정부가 이들 모델에 대한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해외 사용자뿐 아니라 미국 내 외국 국적자와 앤트로픽 소속 외국 국적 직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로픽은 사용자를 세부 조건별로 선별 차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Fable 5와 Mythos 5 접근을 중단했다.

이 조치는 AI의 위상이 더 이상 일반 소프트웨어 수준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모델 접근권 자체를 사실상 수출통제 또는 국가안보 차원의 사안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보고서를 작성한 엑시리스트(Exilist)는 고성능 AI가 사이버 보안, 인프라 방어, 잠재적 공격 역량과 직결되는 기술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통제의 배경에는 모델 성능이 자리한다. Fable 5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작업을 여러 단계로 분해해 수행하고, 적은 지시만으로 긴 맥락을 따라가는 능력이 향상된 모델로 소개됐다. Mythos 5는 한층 민감한 영역에 속했다. 오래된 코드베이스를 분석해 보안 취약점을 탐지하고, 시스템 내부 결함을 식별하는 등 보안 감사 도구에 가까운 성격을 지녔다.

이 같은 기능은 방어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동시에 공격에도 활용될 수 있다. 취약점 탐지 능력은 보안팀의 패치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악의적 행위자에게 동일한 기능이 열리면 위협 강도는 급격히 커진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정부가 Fable 5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이른바 ‘탈옥’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사는 해당 취약점이 제한적 범위에 머물렀고, 유사한 수준은 다른 공개 모델에서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논란은 탈옥 이슈에만 그치지 않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Mythos 5에 중국과 연계된 주체가 접근했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사실관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성능 AI 모델의 사용 주체와 접근 경로 자체가 이미 국가안보 변수로 편입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여기에 ‘모델 증류’ 우려도 더해진다. 증류는 강력한 모델의 출력과 반응 패턴을 활용해 더 작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원본 모델 파일을 직접 확보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접근권만 있으면 핵심 역량 일부를 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입장에선 일단 문을 열어주는 것 자체가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화 AI는 성능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접근 통제가 강화되는 역설적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 지점에서 암호화폐 시장과의 구조적 유사성이 부각된다. 비트코인(BTC)이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의 통제 밖에서 가치 이전을 가능하게 한 대안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듯, 프라이버시 자산인 지캐시(ZEC)는 공개 원장이 기본인 블록체인 환경에서 프라이버시 수요를 흡수해왔다. AI 역시 대다수 수요는 중앙화 플랫폼에 머물겠지만, 일부 이용자는 성능보다 ‘접근 지속성’, 데이터 주권, 검열저항성을 더 중시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고서는 OpenAI, 앤트로픽, 구글 같은 대형 사업자가 AI 시장의 주류를 계속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자본, 데이터, 반도체 자원, 기업 고객 기반이 모두 이들 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능만으로 시장을 해석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모델이라도 정부 지시나 기업 정책으로 접근이 차단되면 실제 사용 가치는 급격히 낮아진다. 이 때문에 DeAI는 중앙화 AI를 전면 대체하는 세력이 아니라, 중앙화 체제의 통제 리스크를 완화하는 ‘보완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시장 반응도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로 비텐서(TAO)가 거론된다. 그레이스케일은 이번 사태가 중앙화 AI의 통제 위험을 부각했고, 비텐서 같은 탈중앙화 AI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시장에 각인시켰다고 해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TAO는 앤트로픽 발표 이후 12시간 만에 약 30% 상승했다. 이는 특정 기업 이슈에 대한 단기 투기적 반응을 넘어, AI 접근권이 앞으로 정책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비텐서는 자신을 ‘AI의 비트코인’에 가까운 네트워크로 설명한다. 중앙 기업 없이 모델과 추론 자원을 연결하고,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중요한 것은 비텐서가 당장 앤트로픽이나 OpenAI보다 뛰어난 범용 모델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중앙화 AI 접근권이 닫혔을 때 대체 경로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 핵심적인 질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렌더(Render), 아카시 네트워크(Akash Network), 젠신(Gensyn), 리추얼(Ritual), 누스 리서치(Nous Research) 등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됐다. 렌더와 아카시는 GPU 및 컴퓨팅 자원의 분산 공급을, 젠신은 AI 학습과 검증의 탈중앙화를, 리추얼은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과 AI 모델의 연결을, 누스 리서치는 중앙화 모델 의존도를 낮추는 오픈소스 AI 흐름을 각각 대표한다. 물론 이들 프로젝트는 개발 단계, 실제 사용량, 토큰 구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 평가할 수는 없다. 공통의 판단 기준은 단 하나, 중앙화 AI가 닫힐 때 어떤 대체 경로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이번 사안을 통해 역설적으로 드러난 것은 앤트로픽의 ‘딜레마’다. 앤트로픽은 원래 규제 완화론자가 아니라 강한 안전 규제를 지지해온 기업에 가깝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고도화된 AI 모델에 대해 독립적인 사전 안전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그런데 그 회사가 이번에는 직접 규제와 통제의 대상이 됐다. 고성능 AI는 위험하기 때문에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는 반면, 같은 모델은 보안 감사와 인프라 방어에도 필수적이다. 결국 강한 모델을 막으면 공격자만이 아니라 방어자도 같은 도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시장이 앞으로 AI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는 세 가지 기준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첫째는 ‘접근 지속성’이다.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사용을 제한해도 네트워크가 계속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다. 둘째는 ‘프라이버시’다. 기업 코드, 고객 정보, 내부 문서, 보안 취약점, 연구 자료가 AI 사용 과정에서 어디에 저장되고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셋째는 ‘사용 흔적’이다. DeAI 프로젝트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면 모델 호출량, 연산 규모, 사용자 행태 변화 등 구체적 데이터가 남아야 한다. 토큰 가격은 먼저 오를 수 있지만, 장기 가치 형성은 실사용에 달렸다는 의미다.

결국 AI 시장은 더 이상 누가 가장 똑똑한 모델을 만들었는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는 누가 그 모델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차단되는지, 데이터가 어디에 남는지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이번 Fable 5·Mythos 5 사태가 AI가 강해질수록 통제도 강화되고, 그 반대편에서 탈중앙화 AI와 프라이버시 인프라 수요가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중앙화 AI가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DeAI와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은 비트코인(BTC)과 지캐시(ZEC)처럼 특정 수요층을 분명히 붙잡는 별도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코멘트" 이번 사태는 AI 경쟁의 기준이 성능에서 ‘접근권’과 ‘데이터 주권’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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