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Fable 5 차단 이후 다시 보이는 DeAI
엑시리스트(Exilist)
2026.06.19 18:48:51
서론
앤트로픽(Anthropic)은 6월 9일 클로드 Fable 5와 Mythos 5를 공개했다. Fable 5는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고성능 클로드(Claude) 모델이었고, Mythos 5는 보안 담당자와 주요 인프라 운영자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모델이었다. 두 모델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보안 취약점 탐지에서 강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소개됐다.

며칠 뒤 미국 정부는 두 모델에 대한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상은 해외 이용자만이 아니었다. 미국 안에 있는 외국 국적자와 앤트로픽 소속 외국 국적 직원도 포함됐다. 앤트로픽은 조건을 세분화해 차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모든 고객에게 Fable 5와 Mythos 5 접근을 중단했다.
이 사건에서 먼저 봐야 할 부분은 AI의 위상 변화다. 최고 성능 AI 모델은 더 이상 일반 소프트웨어처럼 다뤄지지 않는다. 정부가 모델 접근권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봤다는 점은, AI가 사이버 보안과 인프라 방어, 잠재적 공격 능력까지 연결되는 기술이 됐다는 뜻이다.
동시에 중앙화 AI의 약점도 드러났다. 모델이 특정 기업의 서버에 있고, 접근권이 정부 지시와 기업 정책에 묶여 있다면 사용자는 언제든 차단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편리한 중앙화 AI를 계속 쓸 것이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자기주권을 중요하게 보는 수요층은 다른 선택지를 찾게 된다.
비트코인이 중앙화 금융 시스템 밖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고, 지캐시(Zcash)가 프라이버시 수요를 흡수한 것처럼 AI 시장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생길 수 있다. 중앙화 AI가 시장 대부분을 가져가더라도, 탈중앙화 AI(DeAI)와 프라이버시 중심 프로토콜은 일정한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Fable 5와 Mythos 5 접근 제한은 AI 규제 뉴스로만 보기 어렵다. AI가 강해질수록 통제도 강해지고, 그 반대편에서 분산형 또는 프라이버시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사례에 가깝다.
1. Fable 5와 Mythos 5는 왜 통제 대상이 됐나

Fable 5와 Mythos 5가 민감하게 다뤄진 이유는 두 모델의 성능 때문이다.
일반적인 AI 챗봇은 글을 쓰고, 코드를 설명하고, 자료를 요약한다. Fable 5와 Mythos 5는 이보다 더 민감한 영역에 가까웠다. 앤트로픽은 Fable 5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과학 연구, 긴 작업 수행에서 기존 일반 공개 클로드 모델보다 강한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 적은 지시로 긴 작업을 처리하고, 복잡한 문제를 여러 단계로 나눠 해결하는 능력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Mythos 5는 더 제한적인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보안 담당자와 주요 인프라 운영자에게 제공됐다. 일반 이용자가 쓰는 AI 비서라기보다 코드와 시스템 안에 숨어 있는 취약점을 찾는 보안 감사 도구에 가깝다.
이 능력은 방어자에게 유용하다. 오래된 코드베이스를 읽고 사람이 놓친 취약점을 찾을 수 있다. 보안팀은 더 빠르게 약점을 발견하고 패치할 수 있다. 반대로 공격자에게 같은 능력이 열리면 위험하다. 취약점을 찾는 능력은 방어와 공격 양쪽에서 쓰인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은 부분도 이 지점이다. 앤트로픽은 정부가 Fable 5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이른바 탈옥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해당 우회 방식이 좁은 범위의 취약점 발견에 그쳤고, 비슷한 능력은 다른 공개 모델에서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후 보도에 따르면 쟁점은 탈옥 가능성에만 머물지 않았다. Semafor는 미국 정부가 Mythos에 중국과 연계된 주체가 접근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Wired는 백악관이 SK텔레콤의 Mythos 접근권과 중국 연계 가능성을 문제 삼았고, SK텔레콤은 관련 우려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의혹의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고성능 AI 모델의 접근 대상과 경로를 국가안보 문제로 보기 시
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서 모델 증류(distillation) 우려도 나온다. 증류는 강한 모델의 출력과 행동을 이용해 더 작은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직접 모델 파일을 빼내지 않아도, 충분한 접근권이 있으면 그 모델의 능력을 일부 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정부 입장에서는 모델을 한 번 열어주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된다.
2. 중앙화 AI는 강해질수록 통제된다
AI 경쟁은 지금까지 주로 성능으로 설명됐다. 누가 더 긴 문맥을 처리하는지, 누가 코딩을 더 잘하는지, 누가 추론을 더 잘하는지가 주요 기준이었다.
Fable 5와 Mythos 5 사건 이후에는 다른 기준이 추가됐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접근권이 막히면 사용할 수 없다. 모델의 가치는 성능과 접근권을 함께 봐야 한다.
이 구조는 크립토 시장에도 익숙하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없이 가치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로 등장했다. 핵심은 가격만이 아니었다. 누가 발행을 통제하는지, 누가 거래를 검열할 수 있는지, 누가 계좌 접근을 막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질문이었다.
프라이버시 코인도 비슷한 맥락에서 등장했다. 모든 거래가 공개되는 블록체인 환경에서, 일부 사용자는 더 강한 프라이버시를 원했다. 지캐시는 이 수요를 겨냥했다. 대중적인 자산은 아니지만,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사용자에게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 프로토콜이다.
AI 시장도 비슷하게 나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OpenAI, 앤트로픽, 구글 같은 중앙화 AI 서비스를 쓸 것이다. 편리하고 성능이 좋으며, 기업 고객에게는 지원과 안정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사용자가 같은 기준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일부 사용자는 모델 성능보다 접근 지속성, 데이터 프라이버시, 검열저항성을 더 중요하게 볼 수 있다.
중앙화 AI가 강해질수록 정부와 기업의 통제도 강해진다. 이 과정에서 DeAI와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은 중앙화 AI를 전면 대체하기보다, 통제 리스크를 줄이는 보완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DeAI의 기회는 “OpenAI보다 좋은 챗봇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접근권이 닫힐 수 있는 세계에서, 닫히지 않는 경로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3. Bittensor가 반응한 이유

앤트로픽 발표 이후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텐서(Bittensor)의 TAO였다. Grayscale은 이번 사건이 중앙화 AI의 통제 리스크를 보여줬고, 비텐서 같은 탈중앙화 AI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부각했다고 해석했다. Grayscale에 따르면 TAO는 앤트로픽 발표 이후 12시간 만에 약 30% 상승했다.
이 가격 움직임은 앤트로픽 한 회사에 대한 반응으로만 보기 어렵다. 시장은 중앙화 AI 접근권이 정책 변수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 반응했다.
비텐서는 스스로를 AI의 비트코인에 가깝게 설명한다. 비트코인이 중앙은행 없이 디지털 가치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면, 비텐서는 중앙 AI 기업 없이 모델과 추론 자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려 한다. 참여자는 네트워크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비텐서가 당장 앤트로픽이나 OpenAI보다 좋은 범용 모델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보면 논점이 흐려진다. 지금 비텐서를 봐야 하는 이유는 “클로드보다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중앙화 AI 접근권이 막힐 때 다른 경로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DeAI 프로젝트들은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룬다. 비텐서는 모델과 인센티브 네트워크에 가깝다. Render와 Akash는 AI 모델을 돌리는 데 필요한 GPU와 컴퓨팅 자원을 분산하려 한다. Gensyn은 AI 학습과 검증을 중앙화 클라우드 바깥으로 옮기려는 시도에 가깝다. Ritual은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이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인프라를 지향한다. Nous Research는 크립토 프로젝트라기보다 오픈소스 AI 연구팀에 가깝지만, 중앙화 모델에 의존하지 않는 소버린 AI 흐름에서 함께 언급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들이 모두 같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개발 단계도 다르고, 실제 사용량도 다르며, 토큰 구조도 다르다. 공통적으로 봐야 할 지점은 하나다. 중앙화 AI가 닫힐 때, 이 프로젝트가 어떤 대체 경로를 제공하는가.
4. 앤트로픽의 딜레마

앤트로픽은 원래 AI 규제를 반대하던 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강한 안전 규제를 주장해온 쪽에 가깝다.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AI가 1~2년 안에 데이터센터 안에 수많은 천재가 모여 있는 수준의 지적 능력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는 고도화된 AI 모델에 독립적인 사전 안전성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그 앤트로픽이 정부 규제의 직접 대상이 됐다.
고성능 AI는 위험하기 때문에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시에 그 모델은 방어자에게도 필요하다. 사이버 보안, 인프라 방어, 프로토콜 감사처럼 사회적으로 필요한 작업에도 쓰인다.
강한 모델을 막으면 공격자만 막히는 것이 아니다. 방어자도 같은 도구를 잃는다. 지캐시 감사 사례가 이 점을 보여준다. Mythos는 정부가 접근을 막은 위험한 모델이었지만, 동시에 크립토 프로토콜 보안을 점검하는 도구로도 쓰였다.
AI 기업은 안전한 배포를 주장할 것이다. 정부는 국가안보 리스크를 이유로 접근권을 제한할 것이다. 사용자는 어제까지 쓰던 모델을 오늘도 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충돌이 반복되면 시장은 성능뿐 아니라 접근권에도 프리미엄을 붙이기 시작한다.
5. 앞으로 봐야 할 세 가지 기준
이번 사건 이후 AI 프로젝트를 볼 때 기준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AI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모두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은 아니고, 탈중앙화라는 표현이 붙었다고 모두 같은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아니다.
첫 번째 기준은 접근 지속성이다.
이 프로젝트는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막았을 때도 계속 작동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AI 서비스는 좋은 모델을 만든 회사가 API를 열어주면 쓰는 방식에 가까웠다. 사용자는 모델이 어디서 돌아가는지, 어떤 조건에서 차단될 수 있는지 깊게 따지지 않았다. Fable 5와 Mythos 5 사건 이후 이 전제는 약해졌다. 모델 성능은 출발점이고, 접근 지속성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된다.
두 번째 기준은 프라이버시다.
AI를 더 많이 쓸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모델과 플랫폼에 들어간다. 기업의 코드, 고객 정보, 내부 문서, 보안 취약점, 연구 자료가 모두 AI 사용 과정에 포함될 수 있다. 중앙화 AI는 편리하지만,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존이 크다.
프라이버시 프로토콜과 로컬·오픈소스 모델, 탈중앙화 컴퓨팅은 이 지점에서 수요를 만들 수 있다. 모든 사용자가 이런 대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검열저항성과 데이터 주권을 중요하게 보는 사용자는 일정 비율 존재한다. 비트코인과 지캐시가 보여준 것도 이 지점이다. 대중 시장과 핵심 수요층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세 번째 기준은 사용 흔적이다.
DeAI 프로젝트가 실제로 쓰이고 있다면 흔적이 남아야 한다. 누가 모델을 호출했는지, 어떤 작업에 사용됐는지, 얼마나 많은 연산이 발생했는지, 결과가 다시 사용자의 행동으로 이어졌는지 같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토큰 가격은 먼저 움직일 수 있지만, 오래 가려면 사용 흔적이 따라와야 한다.
접근권 리스크가 커졌다고 모든 DeAI 프로젝트가 같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사용이 남는 프로젝트와 내러티브만 남는 프로젝트를 구분할 것이다.
결론

AI 시장은 더 이상 “누가 가장 똑똑한 모델을 만들었는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는 누가 그 모델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차단되는지, 사용자의 데이터가 어디에 남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최근 AI 시장은 가격 경쟁도 시작하고 있다. OpenAI와 앤트로픽 같은 기업은 기업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토큰 가격과 사용 비용을 조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AI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비용 문제가 커졌다. 장난감처럼 가끔 쓰는 기술이라면 기업이 토큰 비용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중앙화 AI는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자본, 데이터, GPU, 기업 고객이 중앙화 AI 기업으로 모일 것이다. 대중 시장의 대부분도 이쪽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대중 시장과 핵심 수요층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강한 AI가 국가안보 자산이 될수록 통제는 강해진다. 통제가 강해질수록 접근권, 프라이버시, 검열저항성을 원하는 사용자는 별도의 대안을 찾게 된다.
비트코인은 중앙화 금융 전체를 대체하지 않았다. 지캐시도 비트코인을 대체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 다 특정 수요를 분명하게 잡았다. DeAI와 프라이버시 프로토콜도 비슷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 중앙화 AI를 전면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화 AI가 제공하지 못하는 접근 지속성, 데이터 주권, 검열저항성을 제공하는 시장이다.
Fable 5와 Mythos 5 사건은 이 방향을 앞당겼다. AI는 강해졌고, 정부는 통제하기 시작했다. 다음 질문은 통제의 바깥에 어떤 인프라가 남을 수 있는가다.
중앙화 AI가 강해질수록, 그 바깥의 인프라를 찾는 수요도 같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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