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소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2030년 말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키며 디지털 달러 정책의 무게중심이 국가 발행이 아닌 민간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입법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직접적 디지털화폐 발행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에는 제도적 여지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멕시벤처스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2026년 6월 22일 ‘21세기 주택법(21st Century ROAD to Housing Act)’을 85대 5로 가결했다. 핵심은 연준이 2030년 12월 31일까지 소매 CBDC를 직접 또는 간접 방식으로 발행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서명한 행정명령의 기조를 의회 입법으로 확장한 조치다. 행정부 차원의 제한이 정권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 있었다면, 이번 법안은 이를 연방법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금지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소매’ CBDC다. 이는 개인과 기업이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를 두거나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직접 보유하는 형태를 뜻한다. 반면 금융기관 간 결제에 쓰이는 도매 CBDC는 이번 규제의 직접 대상이 아니다. 미국 정치권과 보수 진영이 문제 삼아온 대목도 바로 이 소매형 구조다. 중앙은행이 개인의 지급결제 흐름과 거래 내역에 보다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와 ‘금융 자유’ 침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행정명령 서명 당시 CBDC가 개인 프라이버시와 금융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 역시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해밀턴(Project Hamilton)’ 등 디지털 달러 연구를 진행했지만, 행정명령 이후 사실상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 리서치는 이번 법안이 단순한 연구 축소를 넘어, 연준의 소매 CBDC 경로를 법적으로 봉쇄하는 조치라고 짚었다.
이번 입법에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인 부분은 스테이블코인 면제 조항이다. 민간이 발행하는 달러 표시 디지털 자산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고, 대신 현금에 준하는 프라이버시 보장 조건이 부과됐다. 이는 미국이 디지털 달러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발행 주체를 ‘연준’이 아닌 ‘민간’으로 설정했다는 뜻에 가깝다.
이 같은 방향성은 2025년 제정된 ‘GENIUS Act’와도 결이 맞닿아 있다. 해당 제도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위한 연방 규제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시 말해 미국은 CBDC를 막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디지털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중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되, 중앙은행의 직접 개입보다 민간 혁신과 시장 기반 확산을 우선하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목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던진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디파이와 글로벌 거래 인프라, 온체인 결제의 핵심 매개다. 특히 USDC(USDC), 테더(USDT) 같은 달러 연동 자산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의 기축 유동성 역할을 해왔다. 이번 법제화는 미국이 향후 디지털 달러 경쟁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 중심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흐름과 비교하면 미국의 선택은 분명히 이례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고,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e-CNY)를 복수 도시에서 시범 운용 중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90개 이상의 중앙은행이 CBDC를 연구하거나 파일럿 단계에서 검토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은 소매 CBDC를 법으로 제한하면서도, 민간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디지털 통화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이번 금지는 영구 조치가 아니다. 법안에는 2030년 12월 31일을 기한으로 하는 일몰 조항이 담겼다. 이는 현 시점의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한 ‘한시적 제도화’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정권 교체, 금융위기, 글로벌 결제 환경 변화, 또는 경쟁국의 CBDC 확산 속도에 따라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다시 방향을 수정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결국 이번 CBDC 금지법은 미국이 디지털 화폐 질서를 설계하는 방식이 다른 주요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드러낸다. 중앙은행이 직접 국민에게 디지털 달러를 공급하는 모델 대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시장 중심으로 확장시키겠다는 신호다.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디지털 달러 정책을 ‘국가 발행’이 아닌 ‘민간 발행’으로 공식화한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2030년 일몰 시점에 금지 연장이 이뤄질지, 그리고 그 이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제도권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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