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보다 유동성·ETF가 좌우”...코인피드, 비트코인 탈동조화와 시장 재편 진단

| 이도현 기자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했음에도 비트코인(BTC)은 제한적 반등에 그치며 암호화폐 시장의 ‘탈동조화’가 다시 부각됐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에 따르면 나스닥이 상승 흐름을 보인 반면 비트코인은 9,000만원 회복에 실패했고, 이더리움(ETH)과 주요 알트코인도 뚜렷한 방향성을 만들지 못했다. 시장은 물가 둔화보다 금리 경로와 거래대금 위축, ETF 자금 쏠림, 기관 인프라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13일 시장 집계 기준 비트코인(BTC)은 6만3379달러, 원화 기준 8983만원 수준에서 움직이며 전일 대비 0.47% 하락했다. 이더리움(ETH)은 1875달러, 리플(XRP)은 1.0211달러를 기록했고, 솔라나(SOL)는 주간 기준 3.4%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1800억 달러로 소폭 줄었고, 국내 시장에서는 업비트 하루 거래대금이 1조원을 밑돌며 투자심리 위축이 확인됐다.

이번 시장 반응의 핵심은 CPI 자체보다 ‘선반영’이었다. 미국 7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해 예상과 정확히 일치했지만, 이미 시장이 물가 둔화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해온 만큼 비트코인(BTC)에는 새로운 매수 명분이 되지 못했다. 뉴욕 증시 개장 전후 비트코인은 6만3500달러 아래로 밀렸고, 국내 시장에서도 장중 9072만5000원까지 오른 뒤 다시 9000만원 아래로 내려왔다.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금리 동결 확률이 한 달 전 30%에서 60% 수준으로 높아진 점도 영향을 줬다. 추가 긴축 우려는 낮아졌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거래 부진도 시장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 시장의 감소 폭도 두드러졌다고 짚었다. 업비트 알트코인 지수는 0.29% 하락해 주요 대형 코인 흐름과 엇갈렸고, 이는 단순한 가격 조정보다 자금 순환 약화를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결국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거시 호재보다 개별 수급과 유동성 환경에 더 민감한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비트코인(BTC)을 둘러싼 중장기 서사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크립토퀀트 집계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금의 90일 상관계수는 한때 -0.9 수준에서 최근 +0.7까지 반전했다. 이는 두 자산이 과거와 달리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크립토퀀트 최고경영자 주기영은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이후 금과 비트코인이 동일한 포트폴리오 안에서 함께 편입되기 쉬워졌고, 미국 재정 부담과 지정학적 긴장이 이 같은 ‘디지털 금’ 서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TF 시장에서는 ‘승자 독식’ 구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8월 11일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순유입은 488만 달러에 그쳤고, 실제 신규 자금 유입은 블랙록 IBIT에만 집중됐다. 반면 피델리티 FBTC, 아크인베스트 ARKB, 반에크 HODL 등에서는 총 2600만 달러 규모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같은 시기 골드만삭스가 옵션 기반 ETF 운용사 니오스를 최대 22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비트코인 관련 상품 다변화가 진행됐지만, 해시덱스 비트코인 ETF(DEFI)는 8월 17일 거래 정지 후 청산 절차에 들어가며 미국 현물 ETF 출범 이후 첫 폐지 사례로 기록됐다. 이는 ETF 시장 전체의 위기라기보다 블랙록 중심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트코인 가운데서는 솔라나(SOL)의 상대 강도가 눈에 띈다. 솔라나는 14일선과 21일선 단순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며 76달러대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RSI도 55선을 웃돌아 단기 모멘텀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관 자금이 기술 업그레이드 기대와 맞물려 솔라나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리플(XRP)은 1달러 선이 무너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ETF 유입이 급감했음에도 대규모 고래 매집이 방어선 역할을 했지만, 1.05달러 회복 여부가 추세 반전의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이더리움(ETH)은 가격 흐름은 답답하지만 온체인 지표는 상대적으로 견조하다.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은 4141만 개로 전체 유통량의 약 34%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시중 유통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공급 압박 완화 요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장기간 휴면 상태였던 고래 계정의 대규모 자금 이동도 포착되면서, 시장은 이더리움(ETH)의 수급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규제와 기관 인프라 측면에서도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영란은행은 폴리곤 측과 함께 디지털 파운드와 스테이블코인 연동 실험에 착수했고, 일본 미쓰비시UFJ는 블록체인 기반 국채 즉시 결제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반면 미국 하와이는 오는 10월 1일부터 현금을 넣어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디지털자산 키오스크 운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 내 암호화폐 사기 피해액이 110억 달러를 넘어선 점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제도권 편입과 소비자 보호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이중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CPI 같은 거시 이벤트만으로 방향이 바뀌는 장세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비트코인(BTC)은 ‘디지털 금’ 서사를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거래대금 위축과 ETF 자금 편중, 금리 경로 불확실성에 묶여 있다. 이더리움(ETH)은 공급 축소 기대를 안고 있고, 솔라나(SOL)는 기술 업그레이드와 기관 수급 기대를 바탕으로 상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가 짚었듯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단순한 물가 지표보다 유동성, 수급, 규제 헤드라인의 결합 효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