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 Have a Dream… 한국이 토큰화 시장을 다시 이끄는 꿈

| 토큰포스트

세계 자본시장이 블록체인 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주식과 채권 등을 24시간 거래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나스닥은 기존 주식과 토큰화 주식을 같은 주문장에서 거래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미국의 예탁결제기관 DTCC는 국채·주식·담보자산을 실제 거래 환경에서 토큰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으며, 2026년 10월 관련 서비스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로빈후드가 200개가 넘는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크라켄과 바이비트 등 암호화폐 거래소도 엑스스톡스(xStocks)를 유통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는 크라켄 운영사 페이워드와 제휴해 2027년부터 영국 주식의 토큰화 상품을 거래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부동산과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토큰증권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SBI홀딩스는 블록체인으로 발행·관리되는 100억엔 규모의 토큰화 회사채를 내놓고, 이를 오사카디지털거래소의 전용 시장에서 거래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두바이도 토큰화 펀드와 채권, 무역금융 상품의 실증을 넘어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토큰화는 더 이상 암호화폐 업계의 구호가 아니다. 세계 금융회사가 결제와 청산, 수탁과 유통의 기반을 다시 까는 자본시장 재편 경쟁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가장 필요한 시장을 토큰화하고 있는가.

상장주식은 이미 잘 작동하는 시장이다. 소유권이 명확하고 공시 기준이 있다. 수탁·청산 체계와 가격 발견 기능이 갖춰져 있고, 수많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존재한다. 토큰화하면 거래시간을 늘리고 소액 투자를 쉽게 하며 결제비용을 줄일 수 있다.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잘 닦인 고속도로에 차선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다. 금융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있는 곳은 따로 있다. 비상장기업 지분과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 지분, 중소기업 채권, 부동산 수익권,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같은 사모시장이다.

사모시장에서는 투자자 모집과 신원 확인이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한다. 자산마다 권리와 계약 형식이 다르고 공시도 부실하다. 지분을 양도하려면 주주 동의와 법률 검토를 반복해야 한다. 어렵게 상품을 만들어도 이를 사고팔 유통시장이 없다. 기업은 오랫동안 비상장 상태에 머물고, 초기 투자자의 자금은 묶인다. 회수되지 않은 자본은 새로운 창업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한다.

토큰화가 가장 큰 효과를 낼 곳은 바로 이 시장이다. 기존 상장주식을 디지털로 복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투자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투자상품으로 만들고, 거래하기 어려웠던 상품을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토큰화의 진짜 역할이다.

한국에는 이미 수요가 있다. 국내 제도권이 움직이기도 전에 해외 온체인 거래소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이 거래되고 있다. 한국 투자자의 SK하이닉스 무기한 선물 누적 거래액은 약 40억달러, 6조원에 육박했다. 삼성전자 기반 상품도 3억달러 넘게 거래됐다.

이 상품들은 주식도, 토큰증권도 아니다. 주주권과 배당권 없이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국내에서는 한국 대표기업의 디지털 주식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사이, 해외 사업자가 한국 주식 가격을 가져다 고배율 투기상품부터 만든 것이다. 한국 기업이 만든 가치가 해외 거래소의 거래량과 수수료, 데이터로 쌓이고 있다.

규제로 문을 닫는다고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합법적이고 안전한 시장이 없으면 자금은 규제가 약한 해외 시장으로 우회한다.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시장까지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한국도 늦게나마 출발선에 섰다.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분산원장을 법적 효력이 있는 증권 계좌부로 인정하고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허용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관련 제도는 2027년 초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무엇을 먼저 시장에 올리느냐다. 미국 주식이나 코스피 대형주를 토큰으로 복제하는 데 머문다면 한국은 글로벌 사업자를 이기기 어렵다. 그들에게는 더 많은 자본과 더 넓은 유통망, 강력한 브랜드가 있다. 남이 가진 자산을 똑같이 토큰화해서는 남의 시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 한국만이 공급할 수 있는 자산으로 승부해야 한다. 유망 비상장 기술기업의 지분, VC 펀드의 LP 지분, K팝·드라마·웹툰의 수익권, 중소기업 매출채권,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수익권, 선박·항공기 금융 등이 그것이다. 국내에 갇혀 있던 이들 자산을 표준화해 세계 자본과 연결한다면 한국은 토큰화 상품의 소비국이 아니라 발행국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 가지를 서둘러야 한다.

첫째, 토큰증권의 권리와 공시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 투자자가 무엇을 소유하고 어떤 수익과 의결권을 갖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발행뿐 아니라 유통시장을 열어야 한다. 거래되지 않는 토큰은 디지털로 만든 종이증서에 불과하다. 증권사와 장외거래중개업자, 블록체인 사업자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2차 시장이 필요하다.

셋째, 원화 결제 레일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한국 자산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만 거래된다면 자산은 한국 것이어도 금융 주권과 부가가치는 미국에 남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화 예금을 이용한 24시간 동시결제 체계가 필요하다.

필자는 앞서 “멈춰 선 사모시장, 토큰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모시장의 정보 비대칭과 표준 부재, 양도 제한과 높은 비용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의 혁신기업과 투자 생태계는 계속 말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자금 부족 때문에 성장을 멈추지 않는 나라,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가 상장이나 매각만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나라, K-콘텐츠와 기술기업이 세계 자본을 직접 만나는 나라다. 한국이 외국에서 만든 토큰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자산과 시장, 금융 표준을 세계에 공급하는 나라다.

그 꿈은 아직 가능하다. 한국에는 기술도, 투자자도, 경쟁력 있는 기초자산도 있다. 없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결단이다.

세계는 이미 토큰화 시장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국이 지금 사모시장에 디지털 금융의 새 길을 낸다면 다시 선두에 설 수 있다. 또 머뭇거리면 한국 자산은 해외에서 먼저 토큰화되고, 우리는 남이 만든 시장에 수수료를 내는 고객으로 남게 될 것이다.

토큰화는 단순한 기술 정책이 아니다. 금융 정책이고 산업 정책이며 국가 전략이다. 이제 꿈을 말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행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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