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은 지난 몇 년간 체인 경쟁에 매달렸다. 누가 더 빠른가, 수수료는 얼마나 싼가, 초당 몇 건을 처리하는가가 기술력의 척도처럼 여겨졌다. 막대한 자본도 레이어1과 레이어2에 몰렸다.
최근 Robinhood Chain에서 벌어진 일은 이 오래된 공식에 의문을 던진다.
지난 5일 Robinhood Chain의 하루 탈중앙화거래소(DEX) 거래량은 14억5000만달러로 솔라나의 12억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지난 7월 공개된 신생 체인이 하루 기준으로나마 솔라나를 앞선 것이다.
물론 하루치 숫자를 놓고 솔라나의 경쟁력이 흔들렸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누적 거래량과 생태계 규모에서는 여전히 큰 차이가 난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무엇이 Robinhood Chain의 거래를 폭발시켰느냐는 것이다.
로빈후드가 이 체인을 만든 본래 목적은 밈코인이 아니었다. 주식과 ETF 같은 현실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기고 전통 금융과 디파이를 연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월스트리트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정작 이용자들이 몰린 곳은 토큰화 주식이 아니었다.
밈코인이었다.
그 중심에 Pons가 있다.
Pons는 지난 7월 등장한 밈코인 발행 플랫폼이다. 누구나 손쉽게 토큰을 만들고 거래할 수 있게 한다. 솔라나에서 밈코인 열풍을 일으킨 Pump.fun과 비슷한 모델이다.
그런데 등장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시장의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
최근 DeFiLlama의 한 24시간 집계에서 Pons에서 발생한 수수료는 905만달러에 달했다. 같은 시점 Pump 생태계의 수수료는 약 355만달러였다. 한때 전체 암호화폐 프로토콜 가운데 테더에 이어 수수료 2위까지 올라섰다.
2024년부터 밈코인 발행 시장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Pump.fun을 두 달짜리 서비스가 하루 수수료에서 앞선 것이다.
최근에는 하루 수만 개의 토큰이 Pons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서 숫자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Pons의 하루 수수료 905만달러가 그대로 Pons 회사의 매출이라는 뜻은 아니다. 수수료 상당 부분은 토큰 창작자를 비롯한 생태계 참여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Pons의 사례는 더 흥미롭다.
한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가 아니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거대한 경제 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체인은 도로일 뿐이다
블록체인 업계에는 오랫동안 한 가지 착각이 있었다.
좋은 체인을 만들면 이용자가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산업 전체가 더 빠른 체인, 더 싼 체인,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체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사람은 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는 것이 아니다.
목적지가 있기 때문에 도로를 이용한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이용자는 블록체인을 쓰기 위해 블록체인을 쓰지 않는다. 돈을 벌거나, 거래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투자하거나,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 사용한다.
Pons가 보여준 것도 이것이다.
한때 Pons에서 발생한 하루 사용자 수수료는 Robinhood Chain 자체에서 발생한 가스 수수료보다 많았다. 두 수수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용자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한 것은 블록체인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서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인터넷도 그랬다.
사람들은 TCP/IP를 사용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았다. 검색하고, 쇼핑하고, 영상을 보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했다.
결국 거대한 기업가치를 만든 것은 인터넷 프로토콜 그 자체가 아니라 구글과 아마존, 유튜브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블록체인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체인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속도는 빨라지고 수수료는 내려간다. 인프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프라 자체의 희소성은 떨어진다.
그 대신 가장 부족해지는 것이 있다.
사람의 관심이다.
어떤 체인을 만들었느냐보다 그 체인 위에서 사람들이 매일 무엇을 하게 만들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앱의 시대는 더 잔혹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결론은 간단하다.
'가치는 체인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으로 간다.'
그러나 Pons가 던지는 더 중요한 질문은 그 다음에 있다.
Pump.fun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서비스가 아니다. 2024년 등장한 이후 밈코인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용자가 모였고, 유동성이 쌓였고,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인터넷 기업이라면 상당한 진입 장벽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 두 달도 안 된 Pons가 하루 수수료에서 이를 넘어섰다.
이것은 애플리케이션의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애플리케이션의 약점도 보여준다.
돈은 앱으로 빠르게 몰린다. 하지만 더 빠르게 빠져나갈 수도 있다.
웹3에서는 특히 그렇다.
코드는 복제할 수 있다. 지갑은 여러 서비스를 넘나든다. 자산은 특정 플랫폼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갇혀 있지 않다. 유동성도 이동한다.
더 재미있는 서비스, 더 좋은 인센티브, 더 높은 수익률이 나오면 이용자는 어제의 승자에게 충성할 이유가 많지 않다.
Pons가 8주 만에 Pump.fun을 위협했다면, 다음 Pons가 Pons를 8주 만에 무너뜨리지 못할 이유도 없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애플리케이션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토큰을 뿌린다고 해자가 생기지는 않는다
웹3 기업들은 이용자를 붙잡기 위해 흔히 토큰을 사용한다.
포인트를 주고, 토큰을 배포하고, 스테이킹을 붙인다. 수수료를 바이백해 소각하기도 한다.
효과는 있다.
하지만 토큰 가격이 오를 때만 머무르는 이용자는 충성 고객이 아니다.
보조금을 받는 고객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떠나는 구조라면 토큰은 해자가 아니라 마케팅 비용에 가깝다.
진짜 경쟁력은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다.
유통망, 유동성, 데이터, 평판, 관계망이다.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사용자가 찾아오고, 거래가 많기 때문에 더 깊은 유동성이 만들어지며, 서비스를 오래 쓸수록 데이터와 평판이 축적되고, 다른 곳으로 옮길수록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져야 한다.
좋은 제품은 사용자를 데려온다. 좋은 생태계는 사용자를 남게 만든다.
이 점에서 오히려 Pons보다 로빈후드 자체가 더 흥미롭다.
Robinhood Chain의 진짜 경쟁력이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슷한 기술을 가진 체인은 이미 많다.
로빈후드가 가진 진짜 무기는 수천만 명의 금융 고객이다.
주식과 암호화폐, 예측시장, 토큰화 자산을 하나의 사용자 기반과 연결할 수 있다. 체인은 그 유통망을 온체인으로 확장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
결국 승자는 체인 하나를 잘 만든 회사도, 앱 하나를 잘 만든 회사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체인에서 앱으로, 앱에서 유동성으로, 다시 사용자와 유통으로 이어지는 흐름 전체를 장악하는 회사가 승자가 될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의 첫 경쟁은 인프라였다.
더 빠른 체인, 더 싼 체인, 더 높은 처리량을 놓고 싸웠다.
두 번째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누가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것인가의 싸움이다.
Pons는 이 변화가 얼마나 빨리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세 번째 경쟁은 더 어렵다.
누가 그 가치를 지킬 것인가의 싸움이다.
두 달짜리 서비스가 2년간 시장을 지배한 플랫폼을 하루 만에 넘어설 수 있는 시장이라면 오늘의 1위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웹3가 이제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물었다.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답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사용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 애플리케이션으로 간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
"그 가치는 어디에 머무르는가."
앱은 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해자가 없는 앱에는 돈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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