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법인계좌 허용’이 이뤄지면 2030년 법인 운용자산이 최대 82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법인 참여 확대가 거래·수탁·프라임 브로커리지 등에서 연간 약 5,700억 원의 매출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제도 개방과 자산 편입이 충분히 진행됐을 때의 잠재시장 상단을 추정한 수치다.
보고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거래 규모가 산업 성장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개인투자자 중심의 수요 구조를 지목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법정화폐 기반 거래에서 원화 비중은 30% 안팎으로 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한때 50%를 넘기기도 했지만, 국내에는 시장의 외연을 넓힐 법인 수요가 제한돼 있다는 진단이다.
해외와의 차이는 기관 참여에서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거래량의 80% 이상은 기관투자자가 차지한다. 반면 국내 최대 사업자인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코인베이스의 약 7분의 1 수준으로 제시됐다. 국가별 자본시장 규모와 사업 범위가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으나, 거래 수요를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연결하는 기반에서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법인계좌 허용 일정도 변수다. 보고서는 금융위원회가 2025년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약 3,500개사의 투자 목적 거래를 우선 허용하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보고서 작성 시점에는 시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반법인으로의 확대 일정도 구체화되지 않아 국내 법인 자금의 유입 경로가 좁다는 지적이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의 추정에 따르면 법인계좌 허용 이후 초기 시장의 상단을 가정한 2027년 법인 가상자산 운용 규모는 약 16조 원이다. 국내 민간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 공적기금의 운용자산에 해외 시장의 가상자산 편입 수준을 참고해 산출했다. 이후 운용자산 증가와 편입 확대를 반영하면 2028년 35조 2,000억 원, 2029년 57조 1,000억 원, 2030년 최대 82조 원으로 커질 수 있다.
이 전망에는 민간 금융회사에 5%, 공적기금에 2%의 가상자산 편입 비율을 적용했다. 민간 부문은 국내에서 논의된 투자 한도를, 공적기금은 보수적인 운용 특성을 고려한 가정이다. 확정된 자금 유입이나 실현이 보장된 예측을 뜻하지 않으며, 실제 운용 규모는 참여 대상과 제도 시행 속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법인계좌 허용의 경제적 효과는 거래 수수료를 넘어선다. 법인은 대규모 주문을 집행하고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며 자금을 운용할 체계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해외 법인 시장의 매출 구조를 적용해 2030년 운용자산 82조 원에서 연간 약 5,700억 원의 금융서비스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수탁과 거래·자금 운용을 종합 지원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가 국내 사업자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 환경에서도 개선 여지가 확인됐다. 보고서가 분석한 일주일간의 비트코인(BTC) 현물 거래에서 국내 3대 거래소를 합산한 100억 원 주문의 왕복 슬리피지는 213.2bp였다. 같은 조건에서 바이낸스는 12.2bp를 기록했다. 슬리피지는 주문 시 기대한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의 차이로, 1bp는 0.01%포인트다. 이 비교는 국내 거래대금이 많더라도 대형 주문을 받아줄 매수·매도 물량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법인계좌 허용과 함께 전문 유동성 공급자의 참여가 확대되면 주문 물량이 두터워져 가격 충격과 거래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법인 참여 자체가 곧바로 유동성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참여 주체가 다양해지고 유동성 공급 기반이 확충되는 경우 법인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거래 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의 실사용 수요도 주요 근거다. 보고서가 인용한 알리움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6년 9월까지 한국과 해외 사이에서 확인된 기업 간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약 6억 2,000만 달러다. 거래소 입출금과 투자 목적 거래를 제외하고 상품·서비스 대금만 집계한 규모다. 법인계좌 허용은 이러한 결제와 송금 수요를 국내 원화 정산 및 관련 서비스로 연결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개방 지연에 따른 사업 기회의 해외 이동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일부 무역업체가 홍콩 등 해외 법인이나 파트너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현금화와 정산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하이퍼리즘의 일본 법인 대상 운용 사업과 미래에셋증권의 홍콩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도 사례로 들었다. 해외에 고객과 결제망, 운영 경험이 쌓이면 국내 시장이 열리더라도 사업 기반이 곧바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법인계좌 허용을 기존 가상자산 수요를 국내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다음 단계로 평가했다. 최대 82조 원의 운용자산과 연간 약 5,700억 원의 서비스 매출이라는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법인 참여 범위와 실행 일정이 구체화돼야 한다. 거래와 수탁을 비롯해 결제·회계·보안 등으로 확장될 수요를 국내 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경로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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