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 경쟁이 군사·안보 위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식 대화채널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 패권을 놓고 맞서면서도, 통제 장치가 없으면 양국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 정부가 5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의제에 인공지능 문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의 대상은 인공지능 모델의 예기치 않은 오작동, 자율 무기체계의 오판 가능성, 비국가 행위자의 오픈소스 인공지능 악용 같은 사안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기술 경쟁은 이어가되 돌발 사고와 오용은 함께 막아보자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협의를 주도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대화채널 구축 논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인공지능 위험 완화와 관련한 소통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두 나라에서 모두 대통령급 의제로 다뤄지는 것은 이 기술이 단순한 산업 현안을 넘어 국가안보와 국제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런 대화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2023년 11월 캘리포니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인공지능 공식 대화를 시작했지만, 가시적 진전은 제한적이었다. 당시 양국은 2024년 핵 발사 결정권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이 가져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국장으로 협상에 관여했던 러쉬 도시 조지타운대 교수는 과거 미 공군 EP-3 정찰기 충돌 사건과 2023년 중국 정찰용 풍선 격추 당시 중국 측이 핫라인에 응답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중국이 외교 부처를 앞세워 논의의 깊이가 제한됐다고 지적하며, 진지한 협상이라면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부 간 채널과 별도로 민간 대화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시 주석과 면담한 헨리 키신저가 인공지능을 의제로 올릴 것을 요청한 뒤, 이 논의는 크레이그 먼디 전 마이크로소프트 수석연구소장이 이끄는 미국 측과 칭화대, 중국 주요 인공지능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채널로 발전했다. 여기서는 최첨단 인공지능 모델의 안전성과 인간의 법과 의도를 따르도록 하는 가드레일 설계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 중국 고위 당국자들을 만난 무역 전문가 마이런 브릴리언트도 중국 측이 글로벌 충격과 사이버 오용을 막기 위한 안전 프로토콜과 기술 안전장치, 거버넌스 논의에는 응할 뜻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미중 간 기술 경쟁이 계속되더라도, 적어도 인공지능의 오작동과 군사적 오판만큼은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두려는 협의가 앞으로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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