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관련 실무협상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지만, 국제 유가는 2일(현지시간)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의 운항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면서 시장의 불안이 다소 누그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아이시이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80달러로 전장보다 0.3%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배럴당 68.69달러로 0.2% 올랐다. 통상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 유가가 크게 뛰기 쉽지만, 이번에는 공급 차질 우려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상승폭도 크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실무협상단, 그리고 중재국들은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지만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양측은 서로 직접 대면하지도 못한 채, 기존에 어렵게 맞춰온 최소한의 합의 틀이 깨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의 대화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4일부터 9일까지 이어지는 이란 전 최고지도자 장례 일정이 끝난 뒤 다시 실무협상을 열기로 하면서, 시장은 당장 충돌이 더 확대될 가능성보다는 상황 관리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유가를 안정시킨 핵심 배경은 실제 원유 운송 흐름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5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총 1천만배럴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고 원유 거래 소식통과 선박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정유업체들이 당장 필요한 원유 물량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유 자체의 조달보다 이를 정제해 실제 석유제품으로 공급하는 과정이 더 까다로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는 시장이 단순히 산유량뿐 아니라 운송, 정제, 재고 전반을 함께 보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의 전망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조정되고 있다. 스위스 은행 유비에스는 호르무즈해협 운항 상황 개선을 근거로 3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낮췄는데, 이는 이전 전망보다 25달러 내린 수준이다. 4분기 전망치도 배럴당 80달러로 제시하며 기존보다 10달러 하향 조정했다. 반면 에이치에스비시는 단기적인 소규모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브렌트유가 다시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시장은 당장의 물류 정상화에는 안도하면서도, 중동 정세와 공급 균형이 다시 흔들릴 경우 유가가 재차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협상 재개 결과와 호르무즈해협의 실제 운항 안정성이 확인되는지에 따라 보다 뚜렷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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