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클래러티 법안(CLARITY Act)’의 올여름 상원 통과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가상자산 규제 지형이 중대한 분수령에 들어섰다.
피어스 위원은 최근 ‘Searching for Mana’ 팟캐스트에서 해당 법안이 이번 여름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SEC 현직 위원이자 상원 은행위원회 출신 인사가 내놓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 법안은 2025년 7월 하원에서 294대 134의 초당적 지지로 통과됐고, 2026년 5월에는 상원 은행위원회도 15대 9로 가결했다. 다만 아직 상원 본회의 표결, 법안 통합, 대통령 서명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 확정까지는 넘어야 할 단계가 적지 않다.
특히 상원 내에서는 은행위원회 법안과 농업위원회의 별도 법안을 통합해야 하며, 이후 본회의에서 ‘60표’ 확보가 필요하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위원회 통과와 본회의 통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100개 이상의 크립토 기업과 업계 단체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해당 법안을 ‘미국 금융 패권과 달러 지위 유지’의 핵심으로 언급했다.
행정 지침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지만, 법률은 그렇지 않다. 이 같은 ‘비가역성’이 이번 여름 입법 일정에 무게를 싣는다.
SEC·CFTC 역할 재편…비트코인·이더리움은 ‘상품’ 분류
클래러티 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눠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있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그리고 솔라나(SOL) 등 주요 자산은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돼 CFTC가 현물시장을 감독하게 된다. 이는 현재 법적 근거가 부족했던 영역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변화다.
반면 ‘투자계약’에 해당하는 토큰은 기존처럼 SEC 관할에 남고, 일부 스테이블코인은 양 기관의 공동 감독을 받는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하위 테스트(Howey Test)’ 기준의 명확화다. 지금까지 SEC는 이 기준을 일관성 없이 적용해 왔고, 그 결과 다수의 레이어1 프로젝트가 법적 회색지대에 머물렀다.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토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보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며, 이는 미국 내 거래소 상장 확대와 시장 유동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디파이 개발자 보호…‘책임 리스크’ 완화
법안에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개발자 보호 조항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오픈소스 개발자조차 제3자의 불법 사용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중앙 통제 주체가 없는 네트워크의 경우 개발자 책임을 제한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디파이 프로토콜과 오픈소스 생태계 전반에 걸쳐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피어스 위원은 “지금은 규제 환경이 우호적으로 열려 있는 드문 시기”라며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기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크립토 중심 국가’ 구상과 맞물려
SEC 의장 폴 앳킨스(Paul Atkins)도 같은 흐름을 강조했다. 그는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세계 크립토 중심 국가’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전 행정부가 디지털 자산을 구조적으로 의심의 대상으로 봤다고 비판하며, 해외로 떠난 혁신 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클래스러티 법안의 추진력과 맞물려, 단순한 규제 정비를 넘어 국가 전략 차원의 산업 재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결국 관건은 ‘시간’과 ‘표 계산’이다. 법안 통과가 현실화된다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는 한층 명확해지고, 미국 시장의 제도적 기반도 크게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초당적 협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