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공동 개입에 나서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비상 유동성 장치까지 공개적으로 활용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겉으로는 일본의 환율 방어를 돕는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지 않도록 막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함께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2026년 8월 3일 미일 외환시장 공동개입 사실과 함께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 환매조건부채권 기구, 이른바 피마 레포 기구를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제도는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자국 통화를 서로 맞바꾸는 통화스와프와는 구조가 다르다. 원래는 2020년 3월 팬데믹 충격으로 달러 자금시장이 흔들릴 때 외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급히 처분하지 않도록 만든 안전판이었고, 2021년 7월 상설 제도로 전환됐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일본이 엔화 방어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를 직접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 수준의 미국 국채 보유국 가운데 하나인데, 이런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뛸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월 3일, 이번 피마 레포 활용이 워싱턴이 가장 경계하는 상황, 다시 말해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 재원을 만들기 위해 미국 국채를 처분하는 일을 피하도록 설계된 대응이라고 짚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엔화 안정 지원 자체보다도 자국 국채 시장 불안을 막는 일이 더 시급했던 셈이다.
이 배경에는 최근 가파르게 오른 미국 장기금리가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5.28%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금리가 뛰면 주택대출, 기업 조달비용, 정부의 이자 부담이 함께 커진다. 특히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경기와 민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우호 관계를 이유로 공동 부양에 나섰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금리 관리 차원에서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한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연준의 역할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느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피마 레포 기구의 한도 확대까지 연준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는데, 이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외환시장 개입을 뒷받침하는 성격의 조치에 연준이 얼마나 협조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연준 독립성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조가 단기적으로는 엔화 급락과 미국 국채시장 불안을 동시에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향후에도 환율 방어와 채권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가 함께 얽히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미국의 통화당국과 재무당국 사이 역할 경계, 그리고 주요국 외환 공조의 방식도 계속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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