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영 유조선사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이상을 확보하기 위한 입찰을 냈다.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위험으로 원유 운송비가 300억원대로 오른 가운데 수출망을 직접 관리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라크 국영 유조선사(IOTC)의 입찰 마감 일정은 9월 10일로 제시됐지만 낙찰자와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라크는 단기 용선뿐 아니라 자체 선대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바셈 모하메드 쿠다이르(Basem Mohammed Khudair) 이라크 석유장관은 8월 14일 최대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유조선을 할부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 유조선회사가 보유한 선박은 소형 유조선 6척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석유제품이 하루 평균 2090만 배럴로 세계 석유 액체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고 집계했다. 원유와 콘덴세이트만 따지면 하루 1470만 배럴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아시아와 세계 시장으로 원유를 내보내는 주요 항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는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이 있지만, 이라크 남부 원유는 주로 바스라항에서 출항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라크 국영 석유판매기구 소모(SOMO)는 오만 인근 해역에서 선박 간 선적(STS)을 허용하는 원유 판매 조건도 제시했다. 이라크가 호르무즈 해협 밖에서 바스라 원유를 인도하는 방식을 제시한 흐름과 맞닿아 있는 조치다.
STS는 해상에서 두 선박을 연결해 원유를 옮기는 방식이다. 구매자 선박이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들어가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로 활용될 수 있다.
운송비 부담은 이미 크게 높아졌다. 로이터는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가 이라크산 원유 200만 배럴을 운송하기 위해 VLCC를 2300만~2500만달러(약 308억~335억원)에 용선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 운임은 약 200만달러(약 27억원) 수준이었다. 새 운임은 기존 운임의 약 12배에 해당한다.
VLCC는 통상 약 200만 배럴 안팎의 원유를 운송하는 초대형 유조선이다. 한 척의 운송능력이 큰 만큼 선박을 확보하면 개별 화물의 수송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운임과 보험료가 함께 오르면 수출 비용 부담도 커진다.
이라크의 선대 확대는 단순히 수송능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원유 수출 조건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해석은 입찰이 실제 계약과 선박 확보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
소모는 8월 12일 원유 해상운송은 이라크 유조선회사의 업무이며, 소모 자체는 선박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입찰의 실무 주체와 소모의 판매 조건이 어떻게 연계되는지가 후속 확인 사항으로 남았다.
이라크 남부 항만에 선박이 접안하는 것과 원유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수출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본지는 앞서 바스라항에 원유운반선 7척이 접안했지만 수출 회복 판단은 이르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이 이어지면 이라크산 원유를 구매하는 정유사들은 원유 가격뿐 아니라 선박 운임과 보험 비용, 인도 지점까지 함께 고려하게 된다. 운임 상승분을 원유 할인폭으로 보전할 수 있는지도 거래 성사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찰 마감 일정은 9월 10일로 제시됐지만 낙찰자와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VLCC 확보 여부와 오만 인근 STS 운영 규모가 확인돼야 이라크의 해상 수출망 확대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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