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일 급격히 하락하면서 4,000선을 간신히 지켜냈고, 원화 가치도 한꺼번에 떨어지며 외환 시장 불안이 가시화됐다. 인공지능(AI) 관련 업종 고평가에 대한 우려가 촉매가 되어, 글로벌 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퍼진 것이 결정적인 배경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이며 전장 대비 117.32포인트(2.85%) 떨어진 4,004.42에 장을 마쳤다. 장 중 한때에는 3,867선까지 밀리며 불안 심리를 고조시켰지만 이후 일부 낙폭을 회복했다. 이는 지난 8월 1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증시가 전날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국내 증시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형 기술주의 조정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면서 차익 매물이 쏟아졌다.
외환시장도 불안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450원을 찍으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전일보다 11.5원 오른 1,449.4원으로 마무리됐다. 달러 강세와 함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금리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시장은 안전 자산 선호로 돌아선 모습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어선 것도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별 순매매 현황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매도세를 보인 반면, 개인 투자자들이 물량을 대부분 받아낸 점이 눈에 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하루 2조5천억원 이상 순매도하면서 이틀 연속 2조원 넘는 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이는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 사이의 연관성을 재확인시키는 대목으로,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회수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된다.
국내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안전자산과 대체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비트코인도 하락세로 돌아서며 전방위적인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은 지난달 중순 4,300달러 선을 넘어섰다가 최근 4,000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비트코인은 10만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중국이 일부 금 소매업체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종료한 조치도 금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조정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기술주의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점도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코스피 고점 부담이 시장의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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