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기술주 하락과 부진한 고용 지표 영향을 받으며 혼조세로 출발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증시를 끌어왔던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에 대한 피로감이나 고평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4.83포인트(0.16%) 상승한 47,443.46을 기록한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63포인트(0.27%) 하락한 6,813.8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1.85포인트(0.56%) 떨어진 23,395.32로 집계됐다. 주요 지수 간 엇갈린 행보는 업종 간 수익률 차이에 따른 결과다.
이날 주식시장의 주요 변화는 기술주의 약세에서 비롯됐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엔비디아 지분 3천210만 주를 약 58억 달러에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AI 반도체 대표주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3% 가까이 하락했다. 여기에 클라우드업체 코어위브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연간 실적 전망을 공개하며 주가가 13% 이상 급락했다. 그간 증시를 주도해온 인공지능 관련주의 주가가 다시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경기 지표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민간 고용 정보업체 ADP에 따르면 최근 4주 동안 미국의 평균 주간 민간 고용 예비치는 1만1천25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시장의 열기가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소비 둔화 우려로 번질 수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최근 미 연방정부 셧다운 해소 기대감에 따른 랠리 이후 차익 실현 움직임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에너지, 금융업이 상승세를 보였고, 기술, 통신, 유틸리티 업종은 약세를 나타냈다. 개별 종목 중 대체육 회사 비욘드미트는 기대에 못 미치는 4분기 가이던스를 내놓아 주가가 4% 내렸고,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우주 스타트업 로켓랩은 5% 가까이 상승했다. 로켓랩은 분기당 주당 순손실이 3센트로 예상치이던 10센트를 크게 밑돌았고, 매출도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한편, 유럽 주요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며 미국과는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독일 DAX 지수는 0.43%, 프랑스 CAC40은 1.30%, 영국 FTSE100은 0.92% 오르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유가 역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60.92달러로 1.31% 상승해 에너지 금융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기술주를 둘러싼 밸류에이션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별 실적과 경기지표에 따라 주가 향방이 엇갈리는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반도체 기술주의 경우 단기 조정을 거친 후, 지속적인 수요 전망이 유지된다면 재차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도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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