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4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로 방향을 바꾸면서, 한동안 이어졌던 이탈 흐름이 진정되고 국내 증시에 다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4조5천3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앞서 2월 21조730억원, 3월 35조8천810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대규모 자금을 빼냈지만, 4월 들어 3개월 만에 다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주간 흐름으로 봐도 매도 강도는 점차 약해졌다. 3월 넷째 주에는 약 13조원을 순매도했지만, 다음 주에는 순매도 규모가 6조원 수준으로 줄었고, 4월 둘째 주인 6일부터 10일까지는 5조원가량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대외 불안 완화와 기업 실적 기대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일단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동시에 국내 상장사의 실적 전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 약화가 코스피의 이익 모멘텀 강화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익 모멘텀은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흐름을 뜻하는데, 4월 이후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가 772조원으로 3월 말보다 20% 상향됐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자금은 특히 반도체주에 집중되고 있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630억원이었고, SK하이닉스가 2조4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연속 순매도했던 종목이지만 4월 들어 다시 대규모 매수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 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천20억원, 삼성에스디아이 3천40억원, 삼성전기 2천480억원, 삼성전자 우선주 2천80억원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과 수익성 확대 가능성이 한국 증시의 핵심 투자 논리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실적 기대는 외국인 복귀 전망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거론된다. 김동원 케이비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메모리 산업이 대만 반도체 기업 티에스엠시와 비슷한 선수주·후생산 구조의 파운드리형 사업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평가가치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제치고 글로벌 영업이익 순위 1위에 오르고, 에스케이하이닉스도 올해 4위에서 내년 3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2~3월 외국인이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약 66조원을 순매도했지만, 4월 이후에는 단기 차익보다 실적과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체력)에 다시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내놨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곧바로 장기 흐름으로 굳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높은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에게 환차손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김준영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경로를 흔들고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가운데, 전쟁 위험과 원화 약세까지 겹쳐 외국인의 신규 매수 유인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에서 오래 머물면 외국인의 순매수 확대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강한 반도체 이익 모멘텀이 내년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확신도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고대역폭 메모리 경쟁 심화와 인공지능 투자 증가율 둔화 가능성 등이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반도체 실적 개선세가 실제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환율과 중동 정세 같은 대외 불안 요인이 얼마나 빨리 진정되는지에 따라 향후 더 뚜렷한 외국인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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