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메모리 반도체 테마 상장지수펀드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해외 투자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라운드힐이 지난 2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라운드힐 메모리’ ETF(종목코드 DRAM)는 21일까지 11억1천만 달러, 우리 돈 약 1조6천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상장 당시 25만 달러 수준이던 총운용자산은 21일 기준 12억2천만 달러, 약 1조8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출시 2주 만인 17일에는 총운용자산 1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신생 테마형 ETF가 이 정도 속도로 몸집을 키우는 일은 미국 시장에서도 흔치 않다.
이 상품은 글로벌 메모리 칩 기업 11개 종목에 투자하는 구조인데, 실제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매우 크다. 21일 기준 SK하이닉스 비중은 26.9%, 삼성전자 비중은 23.4%로 두 종목을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여기에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20.9%를 차지해 상위 3개 종목의 집중도가 높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 확산 과정에서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사실상 압축 투자하는 상품에 가깝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고성능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이 ETF의 흥행 배경으로 미국 투자자들의 접근성 문제를 꼽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에 상장돼 있어 미국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ETF만으로는 두 회사를 충분히 담기 어려웠다. ETF 정보업체 ETF닷컴은 이 상품이 그 빈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릭 발추나스 분석가도 신생 펀드치고는 이례적인 거래량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대형 운용사도 아닌 소형 자산운용사가 별다른 대대적 홍보 없이 이런 자금 유입을 이끌어낸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결국 인공지능 투자 열풍 속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대표 메모리 기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통로를 찾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열기가 곧바로 장기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테마형 ETF는 특정 산업이나 유행에 자금이 몰릴 때 빠르게 성장하지만, 반대로 관련 기대가 정점을 지난 뒤에는 수익률이 흔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업종은 업황 변동성이 크고, 인공지능 투자 기대가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국 투자자들의 한국 반도체주 접근 수요를 키우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성과는 인공지능 투자 지속 여부와 메모리 업황 사이클,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흐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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