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다시 쓰는 사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열기가 한풀 꺾였고, 세제 혜택을 앞세운 국내 증시 복귀 자금도 빠르게 늘면서 관련 전용 계좌 잔고가 1조원을 넘어섰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국내복귀 투자계좌(RIA) 누적 잔고는 1조1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 제도 출시 이후 29일 만에 1조원을 넘긴 것이다. 계좌 수는 15만9천671개로 16만개에 근접했다. 출시 첫날 잔고가 51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도 안 돼 약 20배로 불어난 셈이다. RIA는 2025년 12월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전용 계좌로 옮겨 판 뒤 국내 주식에 다시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복귀 시점이 빠를수록 혜택이 크고, 5월 31일까지는 100%, 7월 말까지는 80%, 연말까지는 50%를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공제 한도는 해외주식 매도 금액 기준 1인당 최대 5천만원이다.
실제 자금 흐름도 이런 제도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4억달러, 원화로 약 2조7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서학개미가 월간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순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2025년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월 50억299만달러에서 2월 39억4905만달러, 3월 16억9150만달러로 점차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 주식으로 향하던 자금이 이전보다 신중해졌고, 일부는 국내 시장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배경에는 수익률과 세제, 환율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올해 1월 28일 7,000선을 넘은 뒤 한동안 뚜렷한 추가 상승을 보여주지 못했고, 최근에야 다시 7,000선을 회복했다. 반면 코스피는 2025년 말 4,200대에서 출발해 22일 사상 처음 6,4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 속도가 훨씬 가팔랐다. 여기에 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까지 오르내리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환차익과 국내 증시 상승을 동시에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다시 말해 해외주식 매도로 세금을 줄이고, 강세를 보이는 국내 증시로 옮겨타는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전체 규모로 보면 아직은 초기 단계다. 지난 20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시장에서 보유한 주식 금액은 총 1천763억달러, 약 260조원에 이른다. 이에 비하면 RIA 잔고 1조165억원은 0.38%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5월 31일까지 복귀하면 양도소득세를 100% 공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막판 자금 이동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증권업계는 당분간 코스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지고 세제 혜택 시한도 가까워지는 만큼, 해외주식에서 국내 주식으로 옮겨오는 흐름이 한동안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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